지금 극장에서 만나야 할 독립영화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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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놓치면 안 될 독립영화 두 편한국 영화계에서 설 연휴는 크리스마스, 추석 연휴와 함께 '대목' 중 하나다. 올해는 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연휴 기간이 총 6일로 늘어났다. 극장과 배급사 입장에서 관객들을 맞이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소 초라하다. 작년 설 연휴에 <시민덕희>, <데드맨>, <소풍>, <도그 데이즈> 등 총 네 편의 한국영화가 개봉했지만 올해는 <검은 수녀들>, <히트맨 2>,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총 세 편이 개봉해 편수가 줄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영화들마저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모두 혹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방황하는 엄마를 위해 할아버지를 찾아 가출한 딸
가족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는 이야기
영화
돈을 받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간 딸
가깝고도 먼, 가족들의 욕망이 드러난
영화
그럼에도 우리에겐 주목할 만한 한국 영화들이 있다. 재기발랄한 이야기와 독특한 설정 등 앞서 언급한 상업 영화들이 갖추지 못한 미덕을 고루 갖춘 영화 말이다. 지금 극장에서 절찬리 상영 중인 독립영화들이다. 상업 영화들만큼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했어도 이 영화들은 서울의, 그리고 한국 곳곳의 극장과 예술영화관에서 성실하게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당신이 지금 당장 극장에서 만나야 할 독립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1. <문워크> (1월 22일 개봉)촬영감독 출신인 신현규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할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술만 마시며 삶을 비관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딸 ‘정희’(황지아)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희는 엄마의 방황을 끝내기 위해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친구 ‘태헌’(김건우)과의 ‘공조’로 부산에서 식당을 하는 할아버지 ‘건석’(유승목)을 찾아내지만,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문워크>는 아빠를 잃고 방황하는 엄마에게 아빠(할아버지)를 찾아주기 위해 떠나는 소녀의 발랄한 여정을 그리는 듯하지만, 이 영화가 소녀의 가족을 통해 조명하는 화두는 절대 가볍지 않다. 이야기의 중추인 가족의 비극, 그리고 그 비극의 중심에 있는 엄마를 통해 한국 영화에서 지배적으로 등장하는 신화적이고 신파적인 설정의 엄마와 모성의 재현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물론 영화는 감독의 데뷔작이니만큼 밸런스의 미숙함도 눈에 띈다.
[영화 <문워크> 메인 예고편]
2. <은빛 살구> (1월 15일 개봉)<은빛 살구>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주연배우 나애진이 한국경쟁 배우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웹툰 작가이자 비정규직 웹 디자이너인 ‘정서’(나애진)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이 되면서 시작한다. 결혼을 앞둔 정서는 당장 아파트 계약금이 필요하지만,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엄마에겐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엄마는 좌절한 정서에게 돈 대신 (이혼 전) 아빠가 엄마에게 돈을 빌리고 쓴 차용증, 정확하게 말하면 차용증이 붙어있는 색소폰을 내민다. 정서는 짐 가방에 색소폰을 넣고 아버지 ‘영주’(안석환)가 새 가족과 운영하고 있는 묵호의 작은 횟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묵호의 ‘벌교 횟집’에서 아버지를 향한 정서의 빚 회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뱀파이어가 그렇듯이 그녀의 가족은 (웹툰 안에서도 밖에서도) 서로에게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빨대를 꽂느라 여념이 없다. 정서의 아버지는 빌딩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정서와 그녀의 약혼자를 꼬드기고, 약혼자 역시 그녀의 아버지가 차려준다는 카페에 반쯤 눈이 먼 상태다. 물론 정서 역시 아버지가 빌린 돈을 받아 내서 아파트를 얻고자 하는 퀘스트를 시작했으니 가족 구성원 거의 모두는 그녀가 그리는 웹툰 속 뱀파이어와 정확히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은빛 살구> 메인 예고편]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