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히토 일황의 임종이 임박한 가운데 그가 사망한뒤 아키히토 황태자가
어떤 절차를 거쳐 일황에 즉위할 것인지 일황의 신격부활문제와 관련, 커다란
논란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일황이 사망하면 아키히토황태자는 예로부터 신이 내려주었다는 일황을 상
징하는 보석과 검및 거울의 복제물등 3가지 보물을 넘겨받음으로써 일황자리
에 오르게 되는데 문제는 이 의식에 정부가 어느정도 개입할 것이냐하는 문제
이다.
일본정부가 일황 신물의 대물림 의식을 국가의식으로 치를 경우 2차대전 후
히로히토 자신과 새 헌법에 의해 부인된 일황의 신격을 정부가 다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황은 지난 세기말 군국주의가 발호하면서 1889년 헌법에의해 신성이 선포
됐고 히로히토 현 일황은 이 헌법에 따라 1926년 크리스마스날 자신의 아버지
의 대를 이어 국가적 즉위식을 통해 이 신물을 넘겨 받고 일황이 됐다.
따라서 이번에 있을 즉위식은 2차대전후 새로 만들어진 헌법아래에서 전례
가 없는 처음있는 일이다.
자민당 우파를 중심으로 한 보수정치인들과 정부관리들은 아키히토 황태자
가 1926년의 "전례"에 따라 "겐지 도교 노기"라는 국가의식을 통해 일황신물
을 넘겨받는 즉위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2당인 사회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과 기독교단체, 그리고 많은 역
사학자들은 군국주의의 망령과 관련, 우파측의 이같은 계획은 일황을 살아 있
는 신으로 숭배한 2차대전말까지의 일황제의 부활을 내심 꾀하는것으로 경제,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고 단순히 황실만의 즉위식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와병중인 일황에 불경스러운 일이라 하여 아직 이 문제에 침
묵을 지키고 있지만 일본내의 많은 사회, 정치단체는 각종 공개회의등을 통해
국가가 일황즉위식을 주관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을 환기하려 애쓰고 있다.
황실업무를 맡고 있는 궁내청은 이 문제에 논평을 거부했지만 자민당내 신
도정치의원동맹을 이끌고 있는 니시무라 쇼지의원은 과거 일황이 살아있는 신
으로 숭배받던 시절과 같은 의식을 치르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히로
히토가 신격을 부인한 것이 곧 "일황이 다른 일반시민과 같은 종류의 인간임
을 뜻하는 지는 매우 미묘한 문제이며 이것이 즉위식을 간소화해야 하는 이유
일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반해 동경 국제기독교대학의 시사가와 히로가쓰 법학교수는 일황즉위식
이 "단순히 신물을 넘겨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공식적인 황실 신도의식으로
치러진다면 헌법의 정경분리 원칙을 크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또 전문역사학자 및 교사들로 구성된 연사연구회의 곤도 가즈시씨도 이 "신
도즉위의 식은 일황이 신의 자손임을 강조하는 의식에 불과했다"면서 국수주
의자들이 금세기초 군주제를 강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못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반대에 대해 자민당 우파의 한 지도자인 가메이 시즈카의원 같은 사
람은 이 즉위식은 "종교라기보다 전통민속이기 때문에 헌법위반이 아니다"고
우회전법을 쓰고 있다.
한편 신사협회 수석연구가인 사노 가즈시는 일황이 전통적으로 신도의 최고
승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신사도에서는 아무런 공식역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서 갸메이 의원의 입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신사가운데 최고위에 있는 이세신사가 일황의 3가지 신물가운데 최
고 보물로 꼽히는 거울을 보관하고 있는 것은 양자의 밀접한 관계를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