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은행들이 경영수지가 크게 개선됨에 따라 그동안 정책금융과 부
실기업정리등으로 떠안게된 부실채권을 대거 손비로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은행경영의 건전성 확보에 큰 도움을 주게 됐다.
그러나 은행 경영이익의 상당 부분이 이같은 부실채권의 대손상각에 쓰이
게 되면 은행주주들에 대한 배당이나 직원들을 위한 복지확충에 돌아갈 몫
을 희생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이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8일 은행감독원이 마련한 올해 금융기관의 내부유보적립 방안에 따르면
10개 시중은행과 10개 지방은행은 적어도 금년도 기간이익(총이익-총비용)
의 30%를 부실채권의 대손상각 비용으로 쓰고 이 금액이 부실여신잔액의 5
%에 미달할 때에도 5% 이상은 의무적으로 정리하도록 했다.
은행감독원은 그러나 자산건실도가 비교적 높은 신한 및 한미은행과 지방
은행(부산 광주 충북은행 제외)의 부실채권은 5%를 손비로 처리하되 기간이
익의 20%를 채권 대손비용으로 정리토록했다.
감독원이 이처럼 부실채권의 대손처리에 관한 지도금액을 설정한 것은 은
행들이 이익금을 과도하게 외부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그대신 부실
채권을 조기정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산의 건전성과 경쟁력을 높여 금융
자율화 및 국제화에 대비토록 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6월말 현재 7개 시중은행의 부실여신규모는 2조5,336억원, 10개지방
은행은 2,891억원등 총2조8,227억원으로 지난해말의 2조8,068억원보다도 더
늘어난 실정이다.
감독원은 이와함께 부실채권의 무더기 대손처리로 각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부실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손상각 지도금액은 물론 올해 대손
충당금 설정대상 채권 증가액의 1%이상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했다.
감독원은 또 법정준비금외의 별도 준비금적립 확대를 통해 자기자본 확충
과 자본구조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기로 하고 금년중 유상증자를 통해 얻어
지는 수익금(증자액의 8%)은 전액 별도 적립금으로 추가 적립하도록했다.
은행들은 올해 모두 1조2,360억원을 증자했으며 감독원은 이를 모두 한은
의 동안계정(연리8%)에 예치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에 의한 수지개선효과는
증자가 연도 중간에 이루어진 점을 감안해도 약 700-800억원선에 이를 것으
로 보인다.
이같은 내부보유적립 방안은 현재까지의 은행수지여건을 바탕으로 한 것
이며 앞으로 결산 결과 은행수지가 더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면 유보금을 현
재 시중은행 50%, 지방은행은 67%수준에 각각 머물고 있는 퇴직급여충당금
의 확충에 쓰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독원은 지난해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도록 촉구했으
나 은행들이 배당률등을 의식, 대손상각을 기피하는 바람에 작년 한해의 상
각규모는 86년의 1,055억원에서 695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러나 감독원의 이같은 조치로 인해 내년도의 배당률 역시 예년처럼 저
율배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주주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며 은행직원
들이 역시 경영이익을 사원복지확충보다는 부실기업정리등 정책금융의 소산
인 부실채권정리에 쓰도록 하는 조치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