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문제는 남북당사자간의 정치대화가 유일한 해결방법이며 대화가 진
전되면 미/중/소 3국의 정책조정이 필요해져 노태우대통령이 제의한 6자회담
개최의 기운도 무르익을 것이라고 케네스 헌트 영국국제전략연구소(IISS)부회
장이 16일 말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군사문제의 권위로 꼽히고 있는 헌트부회장은 이날 보도
된 일본 마이니치 신문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중국은 한국의 6자회담제
의를 비공식으로 지지하고 있으나 이를 공표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헌트 부회장은 남북한은 일정한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고 있기때문에
군축문제에 관한한 극동에서 가장 교섭이 쉬운 지역이라고 지적하고 다만 한
반도문제 해결을 외부에서 강요할 수는 없으며 남북한이 내부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한국이 어디까지 양보하느냐가 대화촉진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은 김일성체제가 존속되는 한 개방을 기대
하기 어려울 것이나 김정일이 정권을 잡으면 보다 개방적인 정책을 취할 것으
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헌트부회장의 회견내용중 한반도 관련부분의 요지이다.
문 = 유럽에서의 동서대결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
(WTO)로 대표되는 다국간동맹간의 대치이나 극동은 일-미, 한-미대 소련이라
는 구조로 돼 있다.
이같은 차이는 각지역의 군축/군비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답 = 가장 큰 차이는 유럽의 경우 소련이 동구를 지배하에 두고 있는데 비
해 극동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며 유럽에서는 대립의 경계선이 확실해
군비관리가 쉬운데 비해 극동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즉 극동에서의 군축은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하기 어렵고 동서관계의 구조가
다르기때문에 유럽의 그것에 비해 어렵다.
다만 한반도만은 예외적으로 대립의 경계선이 확실해 군사력판정이 용이하
며 따라서 교섭도 가장 쉬운 지역이다.
문 = 한반도 문제해결은 아시아의 정세안정에 꼭 필요하다고 보는데.
답 = 남북한의 정치해결이 유일한 방법이다. 외무부로부터 강요할수는 없
으며 남북한 당사자가 내부에서 해결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 = 지난해 가을 노태우 대통령이 남북한과 미/일/중/소가 참가하는 6자회
담을 제의했지만 북한과 중국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데.
답 = 6자회담은 좋은 아이디어다. 중국도 비공식적으로는 찬성할 테지만
공표를 못하고 있을 뿐이다.
중/소 모두 한반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며 긴장완화에
찬성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소련보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이기때문에 적극적인 입장은 취할
수 없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미/중/소 3국의 정책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남북직접
교섭이 진전되면 6자회담 무대도 갖춰질 것이다.
문 = 북한의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답 = 김일성 주석의 태도는 강경하다. 김정일 서기가 정권을 잡으면 그와
그의 지지자들은 1차로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방)나 중국의 경제개혁과 같
은 보다 개방적인 정책을 취할 것이다.
두번째로는 한국이 중/소와 무역을 하는등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문 = 김정일이 북한의 고르바초프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답 = 그의 지지자들을 합하면 고르바초프가 될수 있을 것이며 혹은 중국최
고실력자 등소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파도 많아서 예측이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낙관한다.
문 = 한국의 현상은.
답 = 남북간의 어떤 협정도 한국의 양보여부에 달려 있다. 경제적으로 강
하니까 북한에 대해 양보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노태우대통령은 양보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