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용지 공급시장을 독점한 제지업체 세 곳이 가격 짬짜미를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백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공정위는 21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전주페이퍼, 대한제지, 페이퍼코리아 세 곳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305억3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가담 정도가 심한 ‘업계 1위’ 전주페이퍼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업체별 과징금은 전주페이퍼 148억4600만원, 대한제지 98억7500만원, 페이퍼코리아 58억1600만원이다. 지난해 국내 신문 용지 공급시장 규모는 2870억원으로, 세 업체가 신문 용지 시장을 100% 점유하고 있다.제지업체들은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3개 신문사 등에 공급하는 신문 용지 t당 가격을 12만원으로 기존 대비 16% 인상하는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업체는 국내외 신문 폐지를 구입해 신문 용지를 생산하는데, 신문 폐지 수입량 감소 등으로 원가가 오르자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담합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회사 영업담당자들은 신문사 주변에서 직접 만나거나 텔레그램, 전화 등으로 얘기를 나누는 등 최소 아홉 차례 모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인상에 반발하는 신문사 세 곳에 공급량을 50% 줄이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이슬기 기자
시인 천양희속에서 불꽃을 피우나 겉으론한 줌 연기를 날리는 굴뚝 같은세찬 물살에도 굽히지 않고거슬러 오르는 연어 같은속을 텅 비우고도 꼿꼿하게푸른 잎을 피우는 대나무 같은폭풍이 몰아쳐도 눈바람 맞아도홀로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 같은붉은 꽃을 피우고도 질 때는모가지째 툭, 떨어지는 동백 같은불굴의 정신으로자신에게 스스로 유배를 내리고황무지를 찾아가는 사람-----------------------------------천양희 시인의 신작 시집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창비)에 실린 시입니다. 제목 ‘시인’은 시 쓰는 사람을 뜻하는 일반명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인 자신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읽히기도 합니다. ‘불굴의 정신으로// 자신에게 스스로 유배를 내리고/ 황무지를 찾아가는 사람’이라는 대목이 더욱 그렇습니다.시인은 ‘속에서 불꽃을 피우나 겉으론/ 한 줌 연기를 날리는 굴뚝 같은// 세찬 물살에도 굽히지 않고/ 거슬러 오르는 연어 같은// 속을 텅 비우고도 꼿꼿하게// 푸른 잎을 피우는 대나무 같은// 폭풍이 몰아쳐도 눈바람 맞아도/ 홀로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 같은’ 존재입니다. 그만큼 의연하고 불굴의 정신으로 무장한 존재이지요.하지만 시인은 ‘붉은 꽃을 피우고도 질 때는/ 모가지째 툭, 떨어지는 동백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장엄하면서도 여린 마음을 가진 게 시인입니다. 천양희 시인은 올해로 등단한 지 60년째를 맞은 중진이지만 지금도 누군가의 ‘슬픔’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민감한 감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 61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모든 시의 뿌리가 슬픔의 바닥을 어루만지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