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해왔고 이들이 제대로 만나면 거대한 시장이 생겨났다.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빚어내는 폭발력을 연구하는 실험실이자 지원센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가와 기업의 협업을 돕는다. 단순한 중개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해 작품을 만들고 유통하고 투자를 받는 전 과정을 살펴준다.지난 9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서는 아모레퍼시픽재단, 교보문고 등 7개 선도 기업 관계자들이 함께 모였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일구는 ‘아트코리아랩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짚어보는 행사였다. 참석자들은 올해 성과에 대해 호평을 내놨다. “예술가들이 새로운 사업적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많았다.올해 오픈이노베이션에선 미디어아트, 디자인, 사운드 등 미술과 음악을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과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를 결합한 사업 아이디어가 돋보였다.아티스트 그룹 ‘프로젝트 팀 펄’과 호텔롯데 롯데월드 부문이 손잡고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문을 연 롯데 아쿠아리움 하노이에서 선보인 ‘까옹의 바다(Sea of Ca Ong)’가 대표적이다. 현지 전설인 고래신 까옹의 이야기를 증강현실(AR) 도슨트로 구현했다. 동양화가부터 생명과학 전공까지 다양한 출신의 융합예술가가 모인 프로젝트 팀 펄이 3차원(3D) 모델링,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만든 AR 전시솔루션을 통한 인터랙티브 전시로 관람 몰입도를 높였다. 정혜주 프로젝트 팀 펄
서른 살이 돼가는데 이룬 게 하나도 없다.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나만 제자리다. 여태껏 무얼 하고 살아온 걸까.뮤지컬 ‘틱틱붐’은 이런 고민에 초조해하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뮤지컬 ‘렌트’를 만든 천재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작품. 주인공 존은 몇 년째 브로드웨이 무대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곡가 지망생이다. 낮에는 생계를 위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밤에는 곡을 쓴다. 그러는 사이 가장 친한 친구는 성공한 사업가가 됐고, 여자친구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를 조언한다. 서른 번째 생일을 앞둔 존의 머릿속에서는 시계 초침 소리가 째깍째깍 울린다. 틱…틱…틱.작품 내내 존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어떤 대단한 사건이나 극적인 문제 해결이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역경을 이겨내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라는 꿈을 마침내 이룬다는 동화적인 해피엔딩도 없다.그럼에도 작품은 희망을 심어준다. 어떻게든 기적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약속을 하지 않는다. 대신 두려움을 마주하고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을 잊지 말자는 담담하지만 따뜻한 메시지가 담겼다.이 작품의 힘은 라슨의 음악적 센스에서 나온다. 소박한 이야기에 노래와 대사가 물 흐르듯 이어져 리듬을 더해준다. 감정 변화와 서사가 농축된 가사가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진하게 객석에 전한다. 곡의 구성에서 라슨의 천재적 작곡 능력이 보인다. 록 음악이 큰 줄기를 이루지만 감미로운 멜로디의 발라드와 재즈까지 많은 장르가 어우러져 다채롭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올해 4~11월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장식한 ‘고향의 향기’가 서울로 이어졌다. 한국관에서 열린 ‘구정아-오도라마 시티’ 전시가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구정아 작가가 전 세계 600여 명을 대상으로 수집한 ‘한국의 향’에 관한 기억으로 만든 17가지 향기로 구성한 전시다.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는 참신함과 난해함 사이에 있었다. 주변 나라들이 앞다퉈 대형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로 국가관을 꾸밀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로 전시장을 채웠다. 전시 제목의 ‘오도라마’는 향기를 뜻하는 오도(Odor)와 드라마(drama)를 합친 단어다.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구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그는 본인을 ‘어디서나 살고 작업하는 작가’로 소개한다. 전 세계를 활보하며 건축 언어 드로잉 회화 조각 영상 등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기 때문이다. 향기를 다룬 것도 1996년 대학 재학 시절부터다. 옷장 속 나프탈렌을 주제로 다룬 실험적 전시를 당시 선보였다.아르코미술관 1층 전시장엔 작가가 수집한 사연들이 현수막에 걸렸다. 1920년대부터 최근까지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해 기억하는 냄새가 적혀 있다. 평범한 학생과 직장인부터 탈북민, 해외 동포까지 다양하다. 정원의 살구와 목욕탕 소독약, 퀴퀴하면서도 포근한 할머니의 내복 등 저마다 추억을 기록했다.전시장 2층은 텅 비어 있던 한국관 전시장을 재현했다. 뫼비우스 띠 형상을 본떠 만든 17개의 나뭇조각이 전시장 천장에 걸려 있다. 각 조각에는 조향사 16명이 참여해 만든 향을 입혔다. 칸막이가 없는 만큼 여러 향이 뒤엉킨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