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조작국" 오명은 씻어야 ***
미국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은 숨돌릴 여유도 없고 그 방법에 있어서도
세련미가 없이 거칠어 간다.
내달말 안에 종합통상법 301조에 의한 "우선협상 대상국"으로의 지정여부가
미의회에서 확정될 판인데 지난 27일 미재무부는 한술 더 떠 한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재지정했다.
우선협상대상국의 "우선"은 어감상으로 거부감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도
엿보이지만 환율조작국의 "조작"은 떳떳치 못하고 비열하다는 정공적표현처럼
들려 심기가 거북하다.
표현이야 어찌됐건 미측이 매일매일 한은의 환율고시를 들여다 보면서
원화의 절상이 느리다고 역정을 내는 태도는 대미 국민감정에 민감한 역할을
할지 모를 우려가 짙고 한편에선 그보다도 국내업계에 대한 더욱 우심한
경영압박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환율이란 원대 미달러의 교환비율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상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쪽의 이해타산만으로 아무렇게나 올리고 내리고 할수는 없는
것이 사리라 할수 있다.
85년 9월 선진국간의 프라자 합의이후 미국이 일본 서독등 선진국에
대해서도 막중한 압력을 가해 달러의 평가절하를 강행해 오고 있는 점으로
보더라도 미측의 원화절상압력을 반드시 억지라고 질타할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같은 환율압력의 논리적 근러가 타당한가의 여부와 우리쪽의
환율정책이 트집잡히지 않을만큼 깔끔하냐의 여부는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고 말할수 있다.
우선 미측이 작년에 이어 한국을 두번째로 환율조작국이라고 못박아
종합통상법에 의한 보복을 준비하겠다는 논거는 일/대만과 비교해 한국의
원화절상폭이 작다는데 놓여 있다.
85년 9월을 기점으로 지난 11일까지 일본 85.51%, 대만은 49.39%를
절하했는데 한국은 34.01%를 절상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그 주장에 오류는 없다.
그러나 한나라 통화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산술적 계산에의 전적인
의존은 너무 단세포적이다.
기본적으로는 통화가치가 구매력의 표현이라 보는 것이 통설이니만큼
이와 관련해서 반드시 고려돼야할 점은 각국의 물가상승률이다.
85년이래 한/일/대만의 물가상승률은 누적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소비자물가로 한국은 15.4%, 일 2.2%, 대만은 4.1%가 올랐다.
이것을 전혀 도외시하여 절상폭을 평균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밖에
볼수 없다.
...... 중 략 ......
미측이 내세우는 각국의 대미흑자변화추이에도 문제는 있다.
미국은 한국의 86년이후 그것도 특히 88년의 대미흑자증가를 문제삼지만
그 이전의 30여년 적자는 말도 끄내지 않는다.
일/대만의 대미흑자가 10여년 지속되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우리소관당국에게도 환율조작국이라는 지적을 마이동풍으로 무시해선
안된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오작(manipulate)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조작과는 구별되겠지만
그것이 유쾌한 평가는 될수 없다.
정부당국도 이왕 자율경제운용의 결심을 천명한 바에는 누가 보더라도 그만
하면 변동환율이라는 정도까지는 환율결정 방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말 그대로 "조작"이었다면 실제로 우리의 원화평가는 어디쯤에서 균형이
잡혀야 옳은 것인가를 내외에 보여주자는 것이다.
환율은 무역국인 우리나라의 기업경영이나 경제전반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수인 만큼 그것이 언제까지나 정부의 손아귀에서 "조작"된다는 의혹을
사도록 그냥두어서도 안되고 더구나 특정 무역상대국의 일방적인 영향에
따라 크게 오르내리게 해서는 더욱 안될 일이다.
5월한달은 정치 사회적으로도 중대한 시기이지만 대미 통상면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관련 당사자들의 최선의 노력을 거듭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