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원은 3일 4월중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대비 0.4%, 작년말대비
1.6%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월대비 증가율로는 3월의 0.7%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연초부터 물가불안에 쪽기다시피했던 소비자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수물가와 소비자들이 느끼는 피부물가(장바구니물가)
와는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가.
** 집값상승등 소비자물가엔 안잡혀 **
우선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지적되는 아파트값상승이 지수물가에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수있다.
집값이 배이상 올라도 소비자물가지수는 꿈쩍도 않는다.
기획원이 발표한 부동산값동향에 따르더라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51평형은
지난달 20일현재 평당 607만원으로 작년말보다 32% 올랐다.
반포주공과 둔촌주공아파트값도 35% 안팎으로 뛰었다.
지수물가에 소비자들이 선뜻 수긍하지못하는 것도 이같은 치솟는 집값은
소비자물가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월세와 전세값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항목이기 때문에 집값이
올라 전세가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도 오른다.
그러나 이미 세를 들고 있던 가구를 대상으로 전세가 올랐는지를 조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세값이 실제로 올랐어도 오른 값으로 다시 계약을 하지
않으면 지수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지불액 의료보험비등도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잡히지 않는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작성하는 품목의 가중치도 피부물가와 지수물가와의
괴리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1/4분기중 달걀값이 54% 오르고 우유값이 20%정도 올랐다지만 지수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달걀 우유 버터 분유까지 합해봐야 1.92%밖에 안된다.
지수를 구성하는 411개품목의 가중치를 1,000으로 할때 식료품비는 379.9,
주거비 129.7, 교통 교양 오락 114.9등으로 짜여있어 실제지출과
지수물가와는 차이나 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돼 상대적으로 고급물품을 쓰거나 가족수가
늘어 지출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소비자들은 물가상승으로 착각한다.
값비싼 양담배나 700원짜리 한라산이 쏟아져 나오면 그만큼 물가가 오른
것으로 느낀다.
소비자들은 또 물가와 관련, 가격상승률이 높은 품목을 먼저 생각함으로써
피부물가는 엄청나게 오른다고 믿는 경항이 짙다.
** 계층간 소득차 커질수록 비리 심화 **
이밖에 기획원은 전국도시가구의 평균소비지출구조를 근거로 소비자물가를
작성, 성별 연령별 직업별 가족구성별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감각물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남자들은 외식비 담배값인상에 대한 느낌이 크고 여자들은 식료품비
주거비의 인상에 더 큰 충격을 받음에도 이같은 상대성이 지수물가에
나타나지 않는다.
또 지수물가와 피부물가와의 차이를 크게 하는 요인으로는 소비풍조의
만연과 소득격차의 확대를 들 수 있다.
사회전반에 소비풍조가 확산되고 계층간 소득격차가 커질수록
일반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감각은 크게 나타난다.
아울러 기획원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대상품목과 가계지출구조는
85년을 기준으로 삼고있어 85년에서 멀어질수록 실질적인 가계소비지출구조는
당초기준과 많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지수물가가 체감물가를 제대로 나타내기
에는 역부족이다.
이같은 요인들때문에 물가가 치솟는것같으면서도 지수물가는 번번이 안정된
것으로 나타나곤 한다.
따라서 물가정책은 지수물가와 피부물가와의 괴리를 감안해서 마련되고
집행돼야 한다.
피부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지수물가가 안정됐다고 "물가에 별 물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그 정책은 두말할것도 없이 낙제점이다.
바로 오늘의 경제기획원이 그런 감각에 사로잡혀 있는것은 아닌지 답답한
감이 없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