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하는 굉음과 함께 은빛 동체는 두동강이가 났고 검붉은 화염이
하늘로 솟구치면서 현장은 삽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남녘땅을 할퀸 수해와 임수경양의 판문점통과기도, 동해상의 관광헬기
추락등으로 나라안이 어느때보다 어수선했던 목요일 하오에 날아든
KAL기 추락소식은 탑승자 가족을 포함, 온 국민들을 비탄에 잠기게 했다.
*** 사고순간...추락과 함께 현지주민 4명 숨져 ***
현지 목격자들에 따르면 짙은 안개로 뒤덮인 트리폴리공항 상공을 수차례
맴돌며 착륙을 시도하던 사고여객기가 공항 활주로 남쪽 3마일 상공에서
갑자기 기수를 떨어뜨리며 착륙을 시도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꽝"하는
소리와 함께 활주로 부근 가옥과 차량들을 연쇄적으로 들이받고 불길에
휩싸였다.
이순간 동체는 두쪽으로 찢어졌고 기름불꽃이 사방 100여m이상 튀면서
곳곳에 기체잔해와 화물조각등이 어지럽게 널렸다.
이 과정에서 여객기와 충돌한 가옥안에 있던 현지주민 4명이 날벼락을
맞고 숨지기도 했다.
*** 구조작업....화염 치솟아 소방차도 접근 애먹어 ***
사고기가 지상에 세차게 부딪치면서 화염에 뒤덮이자 현지경찰과 공항
관계자들이 즉시 구조작업에 나서 박살난 기체안에서 생존자들을 황급히
구출, 트리폴리시내 센트럴병원가 벵가시루병원, 사라딘병원등 3개
종합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구조반원들은 사고기가 추락, 폭발한 직후 기름탱크가 추가로 폭발할
가능성에 대비, 소방차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펴면서 생존자를 기체밖으로
꺼냈으나 불길이 워낙 거센데다 기체의 상당부분이 박살난 상태여서 생존자
구출에 애를 먹었다.
공항당국은 사고발생 2시간8분만인 이날 하오 4시15분께 (한국시간)
진화작업을 완료, 현장수습 및 본격적인 생존자구출에 나섰다.
구출된 생존자들중 많은 수가 추락당시의 충격과 불길때문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 사고현장...잔해등 널려 전장의 폐허 방불 ***
트리폴리공항 활주로 인접 주택가의 사고현장은 두동강이가 난 동체와
박살난 주택, 자동차, 불에 탄 나무, 기체잔해등이 을씨년스럽게 널려 있어
마치 전장의 폐허를 연상케 했다.
기체와 처음 부딪힌 지점은 포탄에 맞은 것처럼 깊게 패어 있었으며
일부 탑승자의 경우 심하게 불에 탄채 숨져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현장에는 현지경찰과 공항관계자 외에 이상렬 주리비아대사, 리비아보건성
장관등이 나와 구조작업 및 현장수습을 지휘했다.
*** 사고수습...28일 상오 사고조사반 의료진 의약품 특별기 급파 ***
정부는 DC-10기 추락사고의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과 조속한 사고수습,
인명구조등을 위해 28일 상오 유한규 서울지방항공국장을 반장으로 한
사고조사반과 의료진 및 구호약품을 실은 특별기를 현지에 급파했다.
대한항공측도 서울 방화동 한국공항빌딩 사무실에 사고대책본부를 설치,
기술적인 면에서의 사고원인 규명에 나서는 한편 탑승자가족등을 위해
강서구 등촌동 KAL연수원에 별도의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