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의 계절이 돌아왔다.
90년도 예산안은 노대통령정부로서는 임기동안의 중심적 작품이 되지
않아서는 안된다.
5년 임기 가운데 현실을 조화있게 파악하여 거기에다 포부를 소신대로
설계할수 있는 찬스는 맨 앞과 맨 뒤의 두해를 빼면 중간의 3개년 밖에는
남지 않는다고도 볼수 있다.
내년도 경제에는 큰 테두리에서 보면 표면에 나타난 두가지 숙제가 있다.
하나는 소득분배의 평준화 내지 복지국가지향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속도의
견실성 유지이다.
정부예산상의 이에 대한 대응정책은 쉽사리 팽창예산을 불러 일으킬수
있다.
그래서 내년도 예산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의 14% 정도에서
15.5%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잡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 의료보험확대실시 기타생활환경개선 농업등
낙후산업 종사자에 대한 가격보조성격의 지원등은 분배정책의 일환이다.
이것이 예산을 팽창케한다.
여기에다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교육부문 투자등이 별도로 따르는 정부
고유의 투자 지출 부문이다.
노대통령의 다소 꿈같은 공약사업과 조순 부총리의 복지철학이 만나는
장이 바로 여기다.
이 두사람은 어떻게 보면 한국 초유의 프로파간다 (선전) 형의 지도자들
이다.
아마도 시대가 이들을 이러한 쪽으로 몰고 간듯 하다.
한편 아직까지 조부총리는 성장률 유지를 위한 경기 대응적 지출확대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의중에는 복지적 지출확대가 경기 둔화에도 동시에 좋은
처방이 될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그러나 단적으로 우리는 GNP에서 정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여 두고 싶다.
그 첫째 이유는 한국경제의 당면한 문제는 양적인 것이라기 보다 질적인
데에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론 불우한 계층의 불만도 알고 있고 낙후된 지역, 생산성이 낮은
산업분야의 고충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극히 예외적인 일부에 대한 것을 제외하면 분배에 있어서도, 성장
에 있어서도, 양적인 확대 특히 정부예산의 확대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여기서 극히 예외적인 일부분이라함은 도시의 극빈자를 중점적으로 지칭
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상대적 빈곤감이라는 것은 보조금을 얼마 지급해 주고
세금을 약간 탕감해 줌으로써 해소될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상대적인 빈곤감은 60년대초부터 거의 30년간 우리경제의 성장이
가진 부정적인 측면이 질적으로 표면화된 것이다.
그것은 성장정책이 정부주도형이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 대부분이다.
정부나 권력자의 비호아래 요행스럽게 편입된 지역 산업부문 기업
가치부수단등은 축복을 받아 왔다.
상대적 빈곤감은 여기에서 제외된 사람들이 가지게 된 감정이다.
*** 기술과 구조의 개혁, 안정 중요 ***
정부의 재정정책, 특히 예산정책등의 양적인 정책을 가지고 이러한 불균형
을 치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돈은 돈대로 들고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예산을 GNP의 14%로부터 15.5%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다.
어디서 재원을 끌어 댈 것인가?
누구를 희생시킬 것인가?
이러한 커다란 희생을 무릅쓰고 늘린 세입으로 장만한 돈이지만 불만
계층을 위하여 쓰는 액수는 미미한 것으로 밖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GNP의 14%에 해당하는 세금과 15.5%에 해당하는 세금은 소득의 흐름에
대해서는 엄청난 영향을 주겠지만 이렇게 하여 거둬들인 돈으로 새로이
부의 형평을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데에 그 부정적인 특징이
있다.
그 둘째 이유는 정부부문 비중의 팽창은 우리경제를 점점더 비능률의
과잉으로 이끌 것이라는 점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경제에는 이미 정부의 몫이 너무 크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경제의 공공적 역할을 강조하고 위생 환경 교육등 결코
무시할수 없는 부문의 지출을 강조한다.
이것은 물론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지출이 GNP에서 차지하는 몫이 늘어날수록 공공복지가
늘어나는 것으로 여긴다.
이것은 길게 보아서는 이유가 있는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출이 현재 정부가 쓰고 있는 과시적 용도의 돈과 낭비적
행정지출을 줄임으로써 충당되기를 바란다.
한마디로 우리의 형편은 아직 작은 정부를 유지하여야 할 단계에 있음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정부의 불분명한 낙관적견해와는 달리 우리경제가 제도 구조 기술
노동자의식 기업가정신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고 있는 본난은 정부
부문의 양적확대가 경제에 미칠 의외의 충격에 대해서 염려하는 바가 크다.
현실은 조순부총리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제적 이상에 반드시
부합하여 주지 않는다.
노대통령이 공적을 실천하는 것은 정권차원에서는 아름다운 일이겠으나
여기에도 신축성은 필요하리라고 본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복지이상이나 공적이행을 잠시 접어두고 경제를
생각하여 보면 표면에 나타나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많다.
그것은 앞에 말한 소득균형이나 성장률 유지보다 테두리는 적지만 더
중요한 것 일수 있다.
기술및 구조의 개혁과 안정의 유지가 그것이다.
내년의 한국경제의 명운은 프로파간다에 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내실에
있다.
그것은 양적이기보다는 질적인 것이라는 것을 예산당국자는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