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반복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공업평균은 10일 또다시 블랙먼데이 이후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선진국 증시의 주가는 이미 오래전에 87년 대폭락이전의 사상최고치를
넘어섰다.
*** 미국증시 강세 타국에 영향 끼쳐 ***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미국증시의 강세가 다른나라의 주가급상승을 동반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경증시의 주가는 폭락할 것이라는 일부 미국 관측통들의 예상을 뒤엎고
연일 사상 최고수준으로 뛰어 오르고 있다.
서독증시주가는 지난 4월이래 평균 17% 상승했다.
런던도 활황을 보이고 있고 스톡홀름의 주가는 1년전의 바닥시세에 비해
무려 63%나 높은 수준으로 올라 있다.
정치적 혼란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증시까지도 상승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만 홍콩만이 예외에 속한다.
이곳 주가는 중국의 천안문사태와 그에 따른 정치적 불안의 영향으로
하반기들어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그러나 88년말에 비하면 낙폭은 3.3%에 불과하다.
노무라 연구소의 미현지사무소장 다카하시 요신도씨는 "지금 세계증시는
오일쇼크 외채위기 인플레 미국의 재정적자등 과거 증권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던 문제들을 아예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설명
한다.
그 망각의 징후는 10일 뉴욕증권시장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다우존스공업평균이 전날보다 26.55포인트 오른 2,712.63을 기록했고 특히
후장 한때 87년8월의 사상최고치 2,722.42를 넘어서기도 했다.
*** 긴축완화로 유동성 풍부 / 경제성장 가세 ***
그러면 제2의 세계적 동시주가상승은 무엇을 배경으로 하는가.
"가장 중요한 공통재료는 미FRB(연준리)가 미국경제를 침체에 빠지지 않게
소프트랜딩시킬수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는 점이다" - 스코틀랜드 아이보리 &
심사의 투자부장 그래엄 매클레난씨의 말이다.
각국 투자자들은 이와 유사한 호재를 맞고 있다.
금리 하락세, 견실한 기업의 영업실적, 꾸준한 경제성장, 상대적 저인플레,
대체적인 정치적 안정등이 그것이다.

*** 각종 호재 힘입어 내년 1/4분기까지 오름세 탈듯 ***
세계적 주가상승의 배경으로는 우선 정치적 안정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각국의 정치적 상황은 기업활동과 시장의 국제화에 호의적인 우익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뉴욕에 있는 자금관리회사의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실례로 영국의 대처정부, 서독의 콜내각, 레이건과 비슷한 노선을
추구하는 미국의 부시정권등을 꼽고 프랑스의 사회당정부조차 중도우파적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는데 주목한다.
여기에 대대적인 기업흡수합병 (M&A)이 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가세했다.
M&A는 이제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적 금융가인 골드스미스유등이 세계 최대의 담배메이커인 영국의
BAT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서 런던시장이 한차례 떠들썩했고 92년의 EC (유럽
공동체)시장 통합이 가까워짐에 따라 유럽대륙의 M&A 선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주가를 밀어올리는 경제적 요인으로는 풍부한 유동성과 기업이익의
견실한 증가가 지적된다.
블랙먼데이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제히 금융완화정책을 실시했다.
게다가 87년 2월 루브르협정이 체결되면서 각국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고 이같은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통화정책의 완화
를 가속화시켰다.
이렇게 해서 늘어난 부동자금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 올해 주식활황 기관투자가들이 선도 ***
올해의 활황은 주로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선도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블랙먼데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조심스런
접근자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투자자들의 역할도 심대하다.
해외투자자들의 힘은 시장규모가 작을수록 더 크게 나타나 동경증시에서의
비중이 3-4%에 불과한데 비해 스페인 오스트리아 스칸디나비아 국가등에서는
총거래의 15-20%를 차지한다.
국제증시에서 최대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일본의 자금이다.
미국을 집중적으로 노리던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서서히 국별분산
투자쪽으로 선회, 세계도처에서 그 위력을 떨치고 있다.
개중에는 최근의 주가흐름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블랙먼데이직전의
움직임과 비슷하다고 지적, 폭락의 위험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많은 분석가들은 90년 1/4분기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이들의 낙관적 진단은 원자재가격의 하락, 인플레 진정, 유동성 확대,
각국의 금리하락세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게다가 경제성장의 감속이 동시에 일률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밝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솔로몬 부라더즈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3대 경제대국인 미/일/독의
경제적 연관관계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느슨하다.
미국경제가 감속국면에 접어든데 비해 일본과 서독은 여전히 빠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서독은 내수진작정책을 펼치고 있어 쉽게 성장둔화추세로
돌아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