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개편과 관련, 한동안 금융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기관
상호간의 업무영역다툼이 다소 잠잠해진 느낌이다.
재무당국도 연초업무계획에는 "금융산업개편에 본격적으로 착수,
각 금융기관이 고유업무에 주력하면서 주변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업무영역을 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금융산업
개편에 대해 이렇다할 얘기 한마디도 없다.
각 금융기관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두부자르듯
획일적으로 업무영역을 조정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되는
측으로부터 심한 반발이 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민주화의 추세속에 모든 것이 자율화되고 있는 마당에 금융
산업개편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금융산업개편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재무부는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조정이 당장 이루어질 것은 아니다
토지공개념등 발등의 불을 어느정도 끄고 나면 내년부터는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판단아래 조용히 "정부안"마련에 착수했다.
금융의 기본법이라 할수있는 한은법개정문제가 올 정기국회에서
마무리지어지면 은행법개정문제 등을 비롯한 금융산업개편논의가
활발해 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것이다.
이번 금융산업개편논의는 종전처럼 단순한 업무영역의 조정을 넘어
2000년대를 향한 장기적인 금융산업개편까지 포함하고 있다.
*** 연말까지 재무부안마련 내년상반기 확정 ***
재무부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으나 올 연말까지
재무부안을 마련, 내년초에 금융산업발전심의회등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90년상반기중 정부안을 일단 확정지을 방침이다.
금융산업개편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2년 금융산업
발전심의회가 설치되면서 부터였다.
그러나 그동안 부분적이며 여건조성을 위한 논의 정도에 그쳤고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87년에 KDI(한국개발연구원)의 금융산업
개편방안이 나오고 부터다.
이어 지난해 5월 한은이 안을 내놓은 이후에는 이문제가 도마위에
올려지게 됐다.
특히 한은과 KDI안은 각금융기관의 구체적인 업무영역조정내용을
담고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정부는 금융산업개편을 위한 여건조성과 관련, 금리 자유화
방안 은행경영자율화 방안 단기금융시장발전방안등을 금융산업발전
심의위에 올려 논의에 부쳤다.
*** 금리자유화 / 콜시장개편 부분적 시행 ***
이 가운데 금리자유화는 지난해 12월부터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시행에
들어갔고 콜 시장개편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
*** 첨예안 이해대립...업무조정 엄두못내 ***
금융산업개편의 핵심은 누가 뭐라해도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조정.
은행권과 제2금융권간, 또 같은 은행권이라도 특수은행과 일반은행간,
그리고 제2금융권내에서 증권 단자 보험 투자신탁 상호신용금고등 각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을 어떻게 재조정하느냐는 문제가 최대의 관심사다.
정부가 구상중인 기본방향은 금융기관에 대한 물리적인 통폐합을
배제하고 당분간 전업주의체제를 유지하여 금융기관들이 고유업무에
주력하도록 하면서 차츰 주변업무로 확대해 장기적으로는 겸업주의체제로
전환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전업주의체제를 유지하는 기간중이라도 일반은행은 자회사 설립을
통해 부수업무영역을 넓혀나간다는 방안을 세워 놓고있다.
이와함께 증권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금융업무와 비은행서비스업무를
은행에 허용할 방침이다.
금융기관의 업무영역 조정이 논의되는 가운데 올 해만해도 30개를 넘는
새로운 금융기관이 신설되어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자기의 고유영역을 구축함으로써
금융산업구조개편의 바탕을 마련한다는 것이 재무부의 구상이다.
은행만 하더라도 지난5일 영업을 시작한 동화은행을 비롯 중소기업
전담의 대동은행(대구)과 동남은행(부산)이 빠르면 내달중에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방투신사의 경우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등에 5개사가 신설돼
빠르면 11월부터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생보사의 경우 6개의 전국규모생보사와 5개합작생보사가 내인가를 받은데
이어 또 인천 마산 전주 청주지역에 4개지방 생보사가 설립을 추진중이다.
지방리스회사도 올해중에 11개사가 내인가를 얻어 빠르면 이달부터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재무부는 그러나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조정을 주내용으로 하는 금융산업
개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이것처럼 손대기 어려운 일이 없다고
보고있다.
포괄범위가 없는데다 각금융기관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어있어 단시일
내에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설사 결론을 내렸다 할지라도 현재와같은 사회분위기에서 누가 과감
하게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재무부는 이문제가 논의될것에 대비, 정부안을 마련하고는 있으나 사실상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형편일수 밖에 없다.
금융전문가들도 정부의 역할은 실물경제를 이끌 수 있는 정도로 개편의
원칙만을 제시하고 실제 개편작업은 각금융기관들의 금융자금의 효율적인
지원이라는 책임하에 스스로 제갈길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