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스크바에서 진행중인 소련 최고회의는 고르바초프정권의 명운과
소련공산주의체제의 미래와 관련해서 볼때 매우 중대한 회의로 규정될 수
있을 것 같다.
고르바초프가 85년 3월에 집권한지 벌써 4년6개월이 지났다.
그가 추진해온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문제의 해결과 개선이상으로 심각한
새문제를 낳게했다.
재정적자, 소비물자부족, 인플레의 심각화로 나타나고 있는 경제침체에
더하여 페레스트로이카의 성공을 위해 추진해왔던 공개주의와 민주화의
확대를 계기로 한꺼번에 봇물터지듯 분출하고 있는 탄광파업, 민족분규,
각 공화국의 자치권확대와 발트공화국들의 독립운동등이 그러한 새 난제
들이다.
최고회의의장을 겸한 고르바초프서기장이 25일 개막연설에서 "단호한
결단"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소련은 중대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까지 말한 경고는 이번 회의의 중요한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4년 6개월이 경과한 지금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은 그 방법과
방향을 새로 정비하지 않으면 안될 새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고회의에서 고르바초프에 의해 단행된 정치국개편은 그러한 정비의 첫
조치였다.
개혁추진에 장애가 돼온 강경보수파 5명을 정치국에서 전격적으로 축출한
대신 개혁파를 기용함으로써 고르바초프는 그 지도체제를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로 고르바초프의 당지배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은 아직은
속단이다.
개혁이 당직자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데서 오는 당내 반대세력의 대두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과 지방의 당기관에 남아있는 보수적인 당간부와 관료들은 그런 불만
세력의 온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당조직 인사 및 관료체제의
근본적 쇄신과제 이외에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입장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페레스트로이카가 약속한 밝은 전망과는 반대로 식료품
소비물자가 달려 매점매석, 물가상승등 어둡기만 한 경제현실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특히 지난 7월의 탄광파업은 페레스트로이카가 시민의 소비생활개선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선명하게 심어준 셈이 됐다.
소비물자의 공급에 노력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 파업은 간신히 수습됐으나
그 약속대로 사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불만은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파업은 앞으로 다른 산업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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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자본주의체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하는 자유화를 도입하고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허용함으로써 경제와 사회에 활력을 주입하고 소련을
재생시키려하면 할수록 고르바초프의 소련은 체제위기를 자초할 문제들을
파생시킬 판도라의 상자를 스스로 여는 모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고르바초프와 소련사회가 직면할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