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인 26일 경과위에서는 한국중공업
민영화결정과정의 의혹여부와 함께 해묵은 쟁점이랄 수 있는 부실기업
정리문제가 주요쟁점으로 부각됐다.
한중이 민영화될 경우 이를 인수하는 기업이 한국재계의 제왕이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만큼 경제력 집중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왜
민영화를 추진할 수 밖에 없느냐는 문제는 자연적으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고 경과위 뿐 아니라 이미 재무위/상공위에서도 한차례 걸러진
단골메뉴였다.
*** 야당측 재계로비설등 들어 의혹 추궁 ***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중민영화문제는 "위험부담을 감안해 고민끝에 민영화
를 결정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는 정부측 답변과 "특혜의 소지가 너무
많아 6공 신비리를 태동시킬 수 있는 결정"이라는 야당측 주장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되풀이 되는 가운데 "말의 성찬"에 불과한 공방전으로 끝났다는
중평이다.
이미 한중민영화방침을 당론으로 반대키로 한 평민당을 비롯, 야당측은
한충이 부실화될 수 밖에 없었던 원인부터 추궁해 나가면서 조순부총리가
한중의 공기업체 유지론자로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겨냥, <>민영화의
문제점 <>정책결정과정 <>그 과정의 재계로비설 <>앞으로의 정부대책등에
촛점을 맞추었다
*** 한중 부실화는 5공과 6공비리의 합작 비난 ***
특히 강금식의원은 한중이 부실화된 것은 권력층의 해외재산도피 때문에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한중이 5공비리와 6공비리의 복합체가
아니냐는 투로 따져 눈길을 끌었다.
한중이 83년 까지는 흑자를 유지해오다가 84년부터 해외수주의 급격한
적자로 부실화됐다고 주장한 강의원은 <>지난 84년 당시 한중사장 성낙정씨가
한중사업과 무관한 호주의 서남안 퍼드에 지점을 설치한 후 6.29선언 직후
이 지점을 철거한 이유 <>한중이 82년 이후 감사원감사를 받지 않은 점등을
따지면서 이는 5공당시 권력층의 비호아래 권력층의 해외재산도피를 위한
장치가 아니었겠느냐는 논지를 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강의원은 조부총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방침으로 결정된 것은 권력층의 입김 때문이 아니냐고 시중루머까지
들먹이며 출처불명인 삼성의 500억원 로비설, 현재의 1,000억원 로비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 입찰자격제한은 특정재벌에 넘기려는 의도 ***
또 허만기의원 (평민) 은 "한중의 매각조건이 공정거래법상의 출자한도인
40%를 초과하는 업체는 참가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실상 순자산이 1조원을
넘는 기업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고 지적, 이는 특정대기업에 넘겨주기
위해 입찰자격을 제한한게 아니냐고 비난하고 나섰다.
한중이 현재는 적자이나 전반적인 수요예측을 해볼 때 수년내에 흑자기업
으로 정상화 될 수 있으며 한중의 창원공장 대지가 130만평에 이르므로
대기업이 방대한 부동산과 사업전망을 보고 한중인수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주장도 개진됐다.
황병태민주당정책위의장은 향후 15조원에 이르는 원자력발전소 38기의
발전설비 계획이 있으며 수요는 어느 싯점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라고
지적, 과거 경영부실문제를 초래했다는 수요부족문제도 향후 전력수급사정
을 감안하면 어불성설이라고 정부측 주장을 반박하면서 "민영화할 경우의
효율성을 정부측에서 주장하나 포항제철, 통신공사에서 보듯 초대기업은
공영과 민영간 큰 효율차이가 없다" "민영화되면 6공의 기반을
흔드는 정경유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민정당 박준병의원도 정부공격에 가세 ***
특히 이날 눈길을 끈 것은 민정당사무총장을 역임한 박준병의원조차 한중
민영화의 문제점을 적시한 것.
박의원은 "지역에 가보면 부실기업에는 15년 거치 15년 상환으로 몇천억
씩 특혜를 주면서 농민이나 중소기업에는 약간의 대출조차 안되는 현실을
꺼내는데 대답할 말이 없다"고 자신의 체험을 술회하며 <>부실기업인수로
인한 경제력집중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시비가 결국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며 "만약 나중에 특정 회사에 주려는 목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면 실패할 것"이라고 따금한 충고의 한마디를 던졌다.
이같은 여야의원들의 잇단 추궁에 조부총리의 답변은 한중민영화결정과정
에 특정기업의 로비나 이들에 대한 특혜는 있을 수 없으며 고민끝에 내린
차선책이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 정부, 경영쇄신 감안한 차선책 강구 ***
조부총리는 "공기업으로 유지하더라도 경영쇄신을 하고 한전수주물량을
확보하면 90년대초에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
"그러나 잘하면 100점을 받을 수 있으나 잘못하면 20점밖에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즉시 민영화하여 매각할 경우 매각조건만 잘 성립하면
최소 60점은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선택의 문제라고 누누히 강조했다.
다시 말해 위험회피차원에서 경제관료들도 고민하다가 민영화쪽으로 결론을
낸 것이며, 만약 어떤 기업이 한중을 인수할 경우는 비주역기업의 매각등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하기 때문에 경제력 집중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경제기획원의 주장이었다.
조부총리는 한중과 관련한 해외재산도피설등 여타의혹에 대해서는
"80년대의 의혹은 확실하게 모른다"는 식으로 야당측 공격을 넘어갔다가
이같은 어물쩡한 답변에 발끈한 민정당의 이자헌의원으로부터 "전두환
전대통령의 해외재산도피설에 대해서는 외무부를 통해 호주정부에 그
진상확인을 요구해 "그같은 사실이 없다"는 회신이 왔다는데 왜 이같은
사실을 밝히지 않느냐"는 힐책을 받기도 했다.
유준상위원장 (평민)을 비롯한 야당측은 5공당시 부실기업에 대해 총
9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특혜를 주었다고 상기시키면서 한진의 대한선주 및
조선공사인수과정에서 또 다른 금융특혜가 있지 않았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는데 "주거래은행의판단"이라는 정부측 답변만을 얻어냈을 뿐 정부측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증거제시 미흡해 의혹 파헤치는데 실패 ***
부실기업정리와 한중민영화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추궁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면서도 심도있게 정경유착 의혹을 파헤치는데는 매우 부족했다.
그러나 "국민적 동의가 선행되지 않는 정책결정의 오류를 되풀이 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교훈"을 정부측에 다시 한번 주었다면 그것대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게 감사장주변의 의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