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상오 11시 (한국시간 18일 0시)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45분
간에 걸친 단독회담과 25분간의 확대회담에 이어 1시간15분간의 오찬회담으로
모두 2시간15분동안 진행.
부시대통령은 오벌 오피스에서 노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하자 첫머리에 "시차
를 잘 극복했느냐"고 인사했고 노대통령은 "윌리엄스버그에서 잘 쉬었으며
테니스도 잠깐했다"고 설명.
이에 부시대통령은 당초 노대통령과 함께 테니스를 하려던 계획이 자신의
손가락 수술로 못하게 된데 대해 "이번에 테니스를 못해 아주 미안하다"고
하자 노대통령은 "기대했는데 아쉽다"면서 "선수가 출전을 못했으니까 내가
부전승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조크.
부시대통령은 본론에 들어가기전에 노대통령에게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이든지 해봐라"고 권유하는등 양국정상이 허심탄회하게 공동관심사를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되었는데 이 때문에 단독회담은 예정시간 10분
을 35분간이나 초과.
양국정상은 확대회담장인 각료회의실에 들어서면서 "너무 기다리게 해 미안
하다"고 배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확대회담에서 노대통령이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역설하면서 "최근 우리
나라에서 실시된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절대다수인 90%가 주한미군의 주둔을
지지하고 있다"고 소개하자 부시대통령은 "미국 국민도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
한다"면서 "특히 여기 백악관은 90%이상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지지한다"고
맞장구.
노대통령은 통상문제가 제기되자 "우리가 지난 3년간에 과감하게 취한 개방
자율화조치는 다른나라의 30년동안의 것과 맞먹을 것"이라고 강조하자 부시
대통령은 "한국이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으며 대미흑자도 최근 급격히 감소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동감을 표시.
확대회담이 대충 끝나 부시대통령이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제의하자
노대통령은 "잠깐 한마디만 더하고 가자"며 "사과가 덜 익었을때 따먹으면
시어서 못먹거나 먹어도 배탈이 나지만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다 익은뒤에
따먹으면 맛있는 사과를 먹을수 있다"고 미국의 조급한 대한시장개방 요구를
은근하게 비유법을 통해 충고.
부시대통령은 노대통령을 오찬회담장으로 안내하기 앞서 "테니스를 못한
대신 백악관 테니스코트장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며 케미칼 코트로 안내.
오찬회담에서는 중국의 최근사태를 비롯한 세계정세, 북한의 변화요인및
변화가능성, 공산주의국가들의 동향, 태평양지역협력등에 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한편 확대회담에는 미국측에서 장관만 5명이 배석했는데 이는 부시신행정부
출범이래 가진 어느 정상회담때보다도 많은 수의 장관이 참석한 것이라는 것.
이날 노대통령의 통역은 노창희 의전수석이, 부시대통령의 통역은 재미
사업가인 이창호씨가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