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연설등 실보다 득이 많았던 방미외교 ***
노대통령은 이번 방미동안 부시미국대통령과의 회담 가운데 주한 미군
문제와 관련하여 "고장나지 않은것은 고치지 않는다"는 미국의 격언을
인용했다.
지금의 한미 관계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순탄하다는 것이 여러 평자들의
중론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노대통령 방미외교활동은 한미간의 고장나지
않은 상태를 더욱 오래도록 유지하는데 필요한 관심을 한미 양국이 털어
놓는데 있어 매우 적절한 시의를 얻은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우리는 그
효과를 높이치고자 한다.
사실 앞으로 한미 양국간에 불협화음이 고조될 소지는 여러모로 많다.
그가운데서도 이번의 노-부시 정상회담과 노대통령의 미상하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던 방위문제와 통상문제가 그렇다.
이 두문제가 지니고 있는 속성은 양국이 각자의 희생적 양보와 커다란
다툼거리로 번질 공산이 크다.
한국의 방위문제는 고르바초프서기장이 주도하는 동서화해 분위기 속에
감겨들어 그 의미가 크게 변질되고 있다.
종전에는 한국의 휴전선은 남한과 북한의 대치선이기도 하면서 미소대결의
전방선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동서화해때문에 미소대결이라는 지구적의미는 사라지고
남북한간의 대결이라는 국지적 의미만 남게된다.
여기서는 방위비분담문제, 주한미군병력의 감축문제, 군지휘권 문제가
얽히고 설키어 부각되는 것이다.
미국은 언필칭 미국의 경제적 곤란을 내걸고 한국의 방위 부담금을 올릴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한국은 GNP의 5%를 이미 방위비에 쏟아놓고 있다.
이것은 서방진영국가로서는 제일 높은 수준이다.
이 점을 노대통령은 강조하였다.
미국은 이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방위비에서 미국이 너무 강경하게 나온다면 한국민의 감정은 한국의
분단현실이 냉전의 산물이란 쪽으로 쏠릴 것이다.
통상문제도 그렇다.
우리는 미국의 어려움을 모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동안 미국은 한국의 경제개발을 위하여 자본을 대어준 은행가
로서, 기술을 제공하여준 교사로서, 시장이 되어준 고객으로서 하나도
빠뜨릴수 없는 은덕을 베푼것을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그동안의 국제적 경제활동의 경험에서 자유무역주의
야말로 자신과 세계를 위해서 절대적 이익을 줄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시장의 완전한 개방은 굳이 미국의 절실한 요구가 없다하더라도
미구에 스스로 실현시킬 것이다.
노대통령이 지적한대로 아직 인구의 2할이 영세농업을 하고 있는 한국이
당장에 농산물시장을 완전히 개방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현재 한국이 이미 실천한 개방의 정도에 대해 객관적으로 미국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적소유권과 서비스업종의 개방도 한국의 독자적으로 미구에 완전히
실시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도 좋다.
미국은 풋사과를 따먹으면 배탈이 난다는 노대통령의 비유를 핑계로서가
아니라 충언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물며 개방시간표는 정책의 차원에서만 다를수가 없다.
여기에는 한국국민경제의 생명이 걸려 있다는 점을 미국은 냉철히 판단하기
바란다.
이번 방미외교에 있어서 노대통령이 보여준 성심과 지혜를 치하한다.
이승만대통령이 휴전직후인 54년에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받은 박수를 노대통령도 따뜻하게 얻어내었다.
이 35년동안에 한국은 중진국으로 발돋움했으며 민주화에도 진전을 보았다.
노대통령이 미국의회연설을 영어로 한 것도 미국인에게 주는 설득력면에서
다른쪽의 섭섭한 느낌을 보충하고 남았다고 본다.
이번을 계기로 한미 두나라가 성숙하고 대등한 협력관계를 더욱 튼튼히
할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샌프란시스코의 대지진 ***
노태우대통령 방미기간중 느닷없이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참사소식에 접한
우리는 유난히 큰 충격을 받았다.
수많은 부상자와 슬프에 젖어있을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뜻부터 보낸다.
참사현장에서 보내오는 속보를 계속 대하면서 이번 지진의 범위와 피해
정도가 너무나 크게 참혹하데 더 깊은 경악속에 빠져든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지역 일대를 진도 6.9의 강진이 강습한 시각이 현지시간
17일 하오5시4분꼐 퇴근길 러시아워였으니 실로 이중의 불운이었다.
최악의 참사현장은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880번 고속도로로 불과
15초새 니미츠 부근 2층상판 1km가량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려 질주하고 있던
수많은 차량들을 덮쳤으니 그 참상은 대단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샌프란시스코는 80여년전인 1906년에도 대지진이 엄습, 시가지가 황폐화
했었다.
그때는 강도 8.3의 강진이 새벽 5시께 일어나 약700명이 사망하고 30만
명이 집을 잃었었다.
그러나 개척정신에 투철한 미국인들은 도리어 이를 전기로 삼아 더 멋진
미항과 기능도시를 건설해냈다.
그같은 미국정신은 이번 참사도 조속한 시일내에 말끔히 치유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햐 할 교훈이 있다.
지질전문가들은 작년 7월 이전에 이 지역에 지진발생을 예측하고 있었지만
그 예방에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천해앞에 인지의 한계가 있다고는 하더라도 현대문명의 맹점을 보는듯도
하다.
곧 천재에의 외경의 재확인이다.
그곳에 수만의 우리교포가 살고 있으나 그리큰 희생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듯 전해진다.
그것만도 불행중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