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얼음 위에서 한국보다 빠른 나라는 없었다. 한국 쇼트트랙이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개막 사흘 만에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쇼트트랙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선수)’ 최민정(29)과 김길리, 박지원 등 간판스타들이 이끌고 장성우 등 신예가 뒷받침하며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세웠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대한 전망도 밝혔다.○불리한 여건에서도 中 압도중국 하얼빈은 한국에 의미가 큰 도시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며 한국의 독립 의지를 다진 곳이 바로 하얼빈이다. 한국의 아시아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서 열린다는 점도 이번 대회에 의미를 더했다. 한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편파 판정의 피해를 보면서 ‘눈 뜨고 코베이징’이란 아픈 기억을 얻었다.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한국 대표팀에 불리한 여건이 이어졌다. 쇼트트랙 대회가 모두 오전에 열리는데 한국 대표팀의 공식 훈련은 모두 오후로 배정됐다. 훈련할 때 영상기기 반입도 저지당해 훈련 분석도 차단됐다. 좁은 경기장 트랙은 아웃코스 추월로 판정 논란을 피하는 한국 선수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했다.하지만 한국은 메달 레이스 첫날인 지난 8일부터 5개 금메달 중 4개를 싹쓸이했다. 남자 500m 단 한 종목에서만 중국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에게 금메달을 내줬지만 이마저도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됐다.9일에도 한국 쇼트트랙은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여자 1000m에 나선 최민정은 아시안게임 기록을 두 차례나
LIV골프로 세계 무대에 첫발을 디딘 장유빈(23)이 데뷔전에서 출전선수 54명 가운데 공동 49위를 기록하며 높은 벽을 실감했다.장유빈은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리야드GC(파72)에서 열린 LIV골프 리야드(총상금 2500만달러)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5개로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 합계 이븐파 216타를 기록한 그는 재미동포 선수 앤서니 김 등과 함께 공동 49위로 데뷔전을 마쳤다.장유빈은 2024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를 주름잡은 간판스타다. 지난해 상금, 대상 포인트,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한 그는 제네시스 대상자에게 주어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Q스쿨 기회를 포기하고 LIV골프행을 택해 LIV골프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됐다.하지만 데뷔전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가 속한 아이언헤드팀 동료들 역시 하위권으로 개막전을 마쳤다. 데니 리(뉴질랜드)는 5언더파로 공동 33위, 주장 케빈 나(미국)는 1오버파로 공동 52위에 그쳤다.조수영 기자
지난 3일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는 페블비치GC의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골프계의 대표 단짝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와 셰인 라우리(38·아일랜드)가 챔피언조에서 펼친 승부였다. 필드 밖에서 그 누구보다 가까운 이들이지만, 필드에서는 한 치의 양보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치열한 승부 끝에 매킬로이가 우승의 주인공이 되자 라우리는 언제나처럼 유쾌한 얼굴로 친구의 승리를 축하했고 골프팬들의 찬사를 받았다.주니어 시절부터 시작된 두 선수의 인연은 PGA투어 간판스타로 꿈을 이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유럽 간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유럽팀을 이끌어가는 기둥 역할도 이 둘의 몫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지척에 살며 가족끼리도 많은 시간을 보낼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세계랭킹 18위, 2019년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우승을 비롯해 PGA투어 3승을 보유한 라우리는 누구보다 든든한 매킬로이의 지지자다. 매킬로이가 부진을 이어가던 지난해 4월 라우리는 “취리히 클래식에 함께 출전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PGA투어에서 유일한 팀 매치, 매킬로이는 절친과 함께 시즌 첫 승을 합작하며 슬럼프를 밀어내는 모멘텀을 만들어냈다. 대회 뒤풀이 자리에서 두 선수가 어깨동무하고 ‘믿음을 멈추지 마(Don’s stop believing)’를 열창하는 모습은 진한 감동을 남겼다.이번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둘은 다시 한번 멋진 순간을 만들어냈다. 1라운드에서 나란히 홀인원한 뒤 서로의 샷이 더 멋졌다며 분위기를 띄웠고, 미디어센터에 이들의 이름으로 맥주를 제공했다.페블비치GC에서 두 선수는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