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상상력에 컴퓨터프로그램의 기민성을 활용한 컴퓨터소설이 출판계
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만년필에 잉크를 채워넣던데서 타자기/워드프로세서를
두드리는 모습 으로 소설가의 집필양상이 크게 변화한 것이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이제는 한술더 뜨듯 컴퓨터와 인간의 합작소설이 등장하기에 이르
렀다.
*** 버튼조작 따라 줄거리 변화무쌍 ***
컴퓨터소설(일명 하이퍼픽션)은 퍼스널컴퓨터의 특정 소프트웨어를 이용,
작업초 작가의 뇌리를 스쳤던 주제, 소재, 에피소드, 등장인물, 배경, 사건
의 전말등을 컴퓨터에 입력해 놓고 이를 컴퓨터의 자료조합능력을 빌려 변화
무쌍하게 연출하는 기법, 다시 말해서 작가가 애초에 뜻했던 작품이 그대로
탄생하는 기존소설작법에서 탈피, 작가의 의도를 한계단 뛰어넘어 다채로운
줄거리가 전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가뿐만 아니라 컴퓨터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이러한 뜻밖의 사건변화와 ㅇ
예측불허의 연상을 즐길수 있다.
독자들 역시 퍼스널컴퓨터를 이용하여 소설을 읽게 되는데 버튼을 조작
하는데 따라서 다르게 전개되는 "나만의 소설"을 읽을수 있다.
*** 갖가지 화면에 효과음까지 제공 ***
그러나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나 결론등은 대체로 작가가 마음먹은대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게다가 효과음과 컴퓨터화상이 곁들여져 시각적 묘미도 살릴수 있다.
컴퓨터소설은 아직은 기존문학계에서 실험적이고 낯선 분야로 인식되고
있으며 실제 이 소설을 쓰는 작가도 소수에 그치고 있다.
근착 "디스커버"지에 따르면 미예일대 영문학과 스튜어트 몰트롭교수의
"혼돈"(Chaos)이라든지 산호세대 영문학과 로브 스위거트교수의 "포틀"
(Portal), 마이클 조이스의 "오후"(Afternoon)등이 대표적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그나마 상업화로 일반독자에게 선보일 작품은 마이클 조이스의 "오후"
를 들만큼 개척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들 컴퓨터소설은 무엇보다도 기존의 앞장부터 차례로 책장을 넘기는 독서
방식이 아니라 독자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작품의 시제를 자유로이 넘나들수
있어 수동적인 독서에 싫증난 독자들을 벌써부터 설레게하고 있다.
예컨대 마이클 조이스의 "오후"를 읽을때 첫 장면에는 "어느 겨울오후 남자
주인공이 한 여자와 들판에 서있고 그들 앞에는 지평선과 울타리가 보인다"
라고 나온다.
이때 독자는 이 한 문장이 갖고 있는 많은 요소중 어느 한가지를 선택,
버튼을 누를수 있다.
만일 독자가 "울타리"라는 말에 관심을 느껴 버튼을 조작했다면 장면은
바뀌어 주인공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울타리가 나오고 이어 그 아들이 갑작
스레 죽음을 맞는 장면이 등장한다.
아무튼 "한번가지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1회의 인생을 사는 인간
의 욕구는 이제 소설창작에 컴퓨터의 힘을 빌려쓰도록 요구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