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담사 은둔 1년 맞아 ***
지난해 초겨울 대국민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연희동사저를 떠나 강원도 산골
백담사에 은둔한 전두환 전대통령부부는 23일로 백담사 은둔1년을 맞아 또
다시 세인의 관심과 뉴스의 촛점으로 부각됐다.
*** 부처님 진신사리 봉정식 맞아 심격 피력 ***
전씨는 자신의 국회증언 및 핵심인사의 공직사퇴등 5공청산의 연내종결을
놓고 정가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상오 백담사 법당에서
베풀어진 부처님 진신사리 봉정식에 이어 은둔 1년을 맞은 심경을 비교적
소상히 피력했다.
옅은 미색 바지저고리와 두루마기 차림을 한 전씨는 백담사 개사이래
최대의 신도가 몰려든 이날 봉정식이 끝난뒤 봉헌사를 통해 백담사 입산시
참담한 심경과 견디기 어려웠던 심사에서부터 100일 기도를 끝낸뒤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때까지의 백담사 1년을 약 1시간에 걸쳐 차분한 목소리로 법어
와 비유를 섞어가며 설명해 나갔다.
*** 처음 왔을때는 처참한 심경 ***
회색신도법복을 입은 부인 이순자씨는 전씨가 봉헌사를 하는 동안 전씨
오른편에 나란히 앉아 남편과 손안에 쥔 염주를 부지런히 움직여 시선을
모았다.
백담사 경내출입이 처음으로 허용된 보도진의 플래쉬 세례를 받으며 전씨는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처음 들어왔을 때는 진실로 처참한 심경이었다"고
백담사 입산때의 심경을 차분하게 토로하고는 "당시 이런것 저런것을 생각
하면 분하고 원통해서 사람 만나기도 싫고 해 갈곳을 찾던중 이곳에 오게
됐다"며 백담사에 은둔하게 된 경위를 설명.
전씨는 "처음 내가 갈곳은 두곳이 있었는데 하나는 바다요 또하나는 산
이었으나 바다로 가면 태풍이 불어 빠져죽을 것 같아 조금은 더 살아야겠다
는 생각에서 산으로 오게 됐다"고 조크를 한뒤 "처음 백담사에 발을 디뎠을
때는 절 규모가 적은 것은 고사하고 KBS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퇴락한 절로
유령이나 귀신이 나올것만 같은 으시시한 절로만 느껴졌다"고 회고.
연단에 마련된 마이크를 통해 봉헌사를 계속한 전씨가 "우리가 처음 절에
왔더니 우리가 사용하는 방에 군불을 지펴 놨으나 연기가 방안에 가득차
앉아도 눈물, 서도 눈물이 나 누가 보았으면 내가 서러워서 우는 줄 알았을
것"이라고 말하자 이를 듣던 신도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기도.
*** 번뇌망상으로 처음엔 반야심경 못외 ***
전씨는 처음 반야심경 270자를 외울때 속이 부글부글 끊고 잠도 잘 안오며
번뇌망상이 하도 많아 책을 아무리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내가 예불을 도저히 할수 없다고 하자 심신이 깊은 한분이 백일기도를 드려
보라고 권고했다"고 백일기도를 하게된 동기를 설명.
전씨는 "내가 백일기도를 한다고 했더니 어떤 분이 백일기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며 하다가 실패할 경우 신문과 방송등에서 백일기도에 실패했다고
대서특필할테니 안하는게 좋겠다고 권고했지만 오기도 나고 해서 한번 해
봐야 겠다고 마음을 다져 먹었다"면서 "그러나 처음에는 번뇌망상이 몸과
마음을 지배해 생각대로 되지를 않더라"며 불법에의 귀의가 얼마나 어려운지
를 거듭 강조.
불교의 인과설을 특히 강조한 전씨는 "모든 일은 자기가 원인을 만들었기
때문에 업보를 받는 것이며 콩을 심으면 콩을 따고 팥을 심으면 팥을 따는
법"이라며 반증반유의 불자다운 비유를 한뒤 "모든 것이 자기가 지은 업에
대한 과보라고 생각하면 마음에 평정을 찾을 수 있다"고 최근의 변화된
심경을 피력.
*** 너댓사람만큼은 반드시 손을 봐야겠다 ***
그러나 전씨는 "백일기도 전에는 화가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인과법
이고 뭐고간에 너댓사람만큼은 반드시 손을 봐야 겠다고 소리를 치기도 해
집사람이 머리맡에 둔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주며 정신을 차리라고 말하기도
하는등 참담한 심경이었다"면서 "그때 여러분이 나를 봤더라면 아마도 살기
를 느꼈을 것"이라며 당시의 심경을 토로.
전씨는 또 "나를 만류하던 집사람이 가끔 가다가 반대로, 자다가 벌떡
일어나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말이 맞으니 손볼 사람을 우리가 죽기전에 손을
보라고 얘기를 하기도 해 내가 이틀전에 관세음보살이었던 당신이 왜 이렇게
악마가 됐느냐고 조크를 하면서 백일기도에 정진했다"고 술회.
전씨는 "백일기도를 70일쯤 지내자 건강도 좋아지고 마음도 느긋해졌으며
나머지 30일 예불을 더 열심히 드렸더니 마음이 맑아지고 평정을 되찾게
됐다"면서 "이어 2박3일로 봉정암을 돌아본뒤 백담사를 찾아오니 어찌 그리
반갑고 기뻤던지 도무지 백담사가 몇일전의 백담사가 아니었다"며 신앙생활
로 마음을 다스렸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
전씨의 이날 봉헌사가 진행되는 동안 5,000여 신도들은 상당히 감동한듯한
모습을 보였으며 봉정식 참석한 서의현스님등 불교계 지도자들도 "전전대통령
의 오늘 봉헌사는 허공과 산천, 시방세계를 덮고도 남음이 있다"고 칭찬.
신흥사의 혜법스님은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 있고 극락은 마음 가운데
있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전대통령의 봉헌사는 사리봉정식에 참가한
전국의 불자들에게 남다른 감동을 주었을 것"이라고 평가했고 다른 스님들도
전씨의 봉헌사가 "비교적 솔직했다"는게 중평.
*** 석방된 장세동 전안기부장 백담사에 와 주목 ***
봉정식에는 안현태 전청와대경호실장과 허문도 전문공장관 김병훈 전청와대
의전수석및 민정기 비서관등 측근들이 참석했으며 가족으로는 미국에서 귀국
한 장남 재국씨 부부, 손자 우석군, 처남 이창석씨, 동서 홍순두씨등의
모습이 보였다.
특히 22일 보석으로 석방된 장세동 전안기부장이 이날 상오 동작동 국립
묘지를 참배한후 이날 하오 백담사로 직행, 전전대통령에 문안인사를 드려
주목.
장씨는 사리봉정식이 끝난뒤 이날 하오 승용차편으로 도착, 안현태씨의
안내를 받아 막바로 전전대통령내외가 기다리고 있던 요사채 만해당으로
들어가 장시간 요담을 나눴는데 정치권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회
증언등 5공청산에 대한 대책등에 숙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들.
허문도씨는 여야의 5공청산협상이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전씨측이 독자적
인 성명서를 낼지도 모른다는 설에 대해 "정치권이 하는대로 하게 될것"
이라고 이를 부인했으며 안씨와 민비서관은 "정치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
지기전까지는 전전대통령이 백담사를 떠나는 일은 없을것"이라고 설명.
이날 백담사에는 이영일 염길정 안영화 전의원들과 은퇴한 가수 권혜경씨
의 모습도 보여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