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에 선 민생치안, 대범죄 전면전 돌입 ***
민생치안 확립을 위한 정부의 거듭된 의지표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날로
흉포화, 지능화하고 있는 각종 범죄에 맞서 마침내 경찰이 전면전을
선포했다.
치안본부는 2일 "연말연시 방법비상 총동원령"을 발령, 내년 1월 10일까지
40일간 전국의 모든 경찰인력과 장비를 동원, 국민생활을 위협하는 각종
사범을 근절토록 일선경찰에 강력히 지시하는 한편 구체적인 지침을 시달키
위해 6일 전국 시도경찰국장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물론 연말연시에 즈음한 특별근무는 매년 있어온 일이고 특히 작년 11월
노태우대통령의 "민생치안 확립을 국기수호 차원에서 중시, 총력을 경주하라"
는 특별지시이후 이미 10여차례의 특별단속과 특별수사기동대의 편성, 가동등
날로 기승을 부리는 범죄의 예방/검거를 위한 경찰의 노력을 상기할때 이번
총동원령이 결코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기간중 모든 근무자에게 총기와 실탄을 지급, 가스총/전자봉등
첨단흉기를 이용한 범죄에 맞서도록 하고 특히 관할지역책임제를 엄격히
적용 <>조직폭력배의 행패 <>떼강도(3인 이상) <>금융기관 대형 강/절도
<>부녀자 납치/인신매매등 이른바 4대 중요범죄 발생시 관할서장에 대한
직위해제, 정직/감봉등 중징계는 물론 3회이상 발생할 경우 관할국장까지
징계하겠다는 치안본부의 방침은 갈데까지 간 범죄양상과 수법에 배수진을
치고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강경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대낮 주택가와 학교 앞에서 10대 여고생에게 가정주부까지 닥치는대로
잡아다 팔아넘기고 이권개입을 노린 "관할지역"확보를 위해 유혈 패싸움을
자행하는가 하면 순순히 금품을 내어주어도 인명을 마구 살상하는 80년대식
범죄양상은 이제 통상적인 경찰 업무만으로는 근절키 어렵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실제로 금년 1월부터 10월까지 범죄발생건수는 38만4,900여건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무려 69%라는 경악할 만한 증가를 보였다.
이중 조직폭력배를 비롯한 각종 폭력사범이 25만7,600여건으로 거의 2배로
늘어났고 유괴및 인신매매가 341건으로 58%, 강도강간은 7,160여건으로
26%의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절도는 5만8,400여건으로 22%가 줄었으나 이는 강도의 증가에서 보듯
"절도하러 왔다가 들키면 강도로 변한다"는 범죄수법의 변화를 반영한데서
나타난 현상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적인 증가와 질적인 악랄화/극단화로 치닫는 각종사범에 대해
경찰의 예방/수사력은 한계점에서 헉헉대고 있는 실정이다.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경찰 3만명 증원계획은 예산상의 이유로
전망이 흐리고 전/의경 모집도 시위진압 동원등 격무때문에 지원자가 정원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게다가 "쥐꼬리"라는 표현도 부족할만큼 비현실적인 수사비 지급과 일부
경찰의 타성적인 근무자세등은 횡행하는 범죄의 근절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시국치안에 매달려 온 경찰내에서 수사분야에 대한 푸대접은
이미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88년 10월 이후 서울시경
특진자 198명중 경호, 경비, 정보등 시국치안 관련분야가 137명(70%)인데
반해 민생치안관련분야는 32명(17%)에 불과하다는 점, 또 경찰대학 부설 수사
연구소 과정이수자 294명중 실제 수사부서 배치자는 153명뿐이라는 점등에서
잘 드러난다.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 건수를 나타내는 범죄계수를 보더라도 우리는
1,989건으로 일본의 1,300건을 훨씬 웃돌고 있다.
이같은 여건에서 이번에 치안본부가 지휘관에 대한 문책을 강조조하고 특히
12월로 예정됐던 승진인사마저 내년 1월로 연기, 방범실적을 최대한 반영키로
한 것등은 민생치안 확립의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우현 치안본부장은 "범인들이 발악을 하는데 경찰도 ''발악''할 수 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용어를 구사하면서 "벼랑끝에 선 범인들과 경찰의 한판
결투"라는 말로 대범죄 선전포고의 의미를 강조했다.
치안총수의 입에서 이처럼 자극적인 표현이 나올만큼 극단을 치닫는 우리
사회의 범죄양상에 대처하는 길을 적어도 당분간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라는 즉각대응요법 뿐이라는 인식에 공감하면서도 경찰주변에서는
지휘관에 대한 문책을 지나치게 강조한 이번 방침이 오히려 사기저하와
범죄발생 은폐등 부작용을 낳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전대협의장 임종석군이 출현할때마다 관할서장에게 경고장이
내려가고 광주 폭력배 패싸움, 중국인 밀입국등 사건이 날때마다 잦은
문책으로 노이로제에 걸리다시피한 일선 책임자들에게는 빈번한 "엄중경고"가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김본부장도 이점에 대해서는 "일종의 극약처방"이라는 말로 시인을
하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반문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극단범죄에는 극단대책이라는 등식이 당분간은 불가피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수사인력/장비보강등 중장기 범죄예방및 검거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