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청산을 둘러싼 민정당의 요리솜씨에 대한 노태우대통령의 엄청난 질책이
내려진 가운데 박준규민정당대표위원이 8일로 재임 1주년을 맞았다.
구공화당 당의장서리를 지낸후 8년간의 정치공백끝에 신여권인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재기에 성공, 대표위원을 맡은 박대표의 취임 1년을 맞는
소회는 착잡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민정당주변의 일치된 평가.
취임한지 1년이 되도록 5공청산이라는 과제와 중압감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급기야 정호용의원의 지지서명파동에 따른 당내분상태까지 겹쳐 노대통령의
격노를 한몸에 받아야 하는 박대표로서는 어쩌면 80년 타의에 의해 정치를
떠나야 할때보다 더 위기감을 절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얘기들.
새로운 민주발전을 위해 족쇄가 되지 않도록 금년내에 5공청산을 종결짓고
정책연합등을 통해 점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하겠다면서 윤길중 전대표위원
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박대표는 그러나 중간평가실시여부-공안정국-5공
청산으로 이어지는 팽팽한 여야대결속에 그의 취임당시 펼친 정국구도는 날이
갈수록 빛이 바래 갔으며 7선의원이라는 노정치인으로서의 그도 정치력에
대한 한계를 느낄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들이다.
특히 정계개편문제와 관련 지난 8월에는 이종찬 사무총장이 도산아카데미
발언을 통해 "정계개편과 내각제 개헌은 시기상조"라며 박대표의 그같은
의도에 반발하면서부터 당은 내분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말았으며 결국
이총장은 물론 박대표와 함께 정계개편추진의 팀웍을 이루어왔던 김윤환
총무의 도중하차를 가져옴으로써 박대표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더욱이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내연돼있던 TK세력과 비TK세력간의
분파현상이 표면화됨으로써 박대표는 또다른 시련에 봉착해야 했으며
이춘구총장과 이한동총무와 팀웍을 이뤄 수습에 나섰으나 5공청산이라는
족쇄로부터는 좀처럼 헤어날수 없게 됐다.
박대표가 최근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웃으면서 지내려 했는데 돌이켜
보면 지난 1년동안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고 말할정도로 그는 어쩌면 "고뇌와
번민"의 1년을 지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