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나빠지기 시작한 한국경제는 내년에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
들이 계속해 나오고 있다.
정치와 사회가 안정을 잃고 있는데 경제만이 쾌속질주할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할수
밖에 없다.
우리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정도의 수준에 오른 것은 전적으로 경제
성장의 덕택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경제의 자생력이 소진되어 버린 느낌이다.
으레 새해의 경제전망은 희망적으로 짜여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8일 경제기획원이 내놓은 90년도 경제전망은 한마디로 비관적
이다.
한국개발연구원등 몇몇 연구기관에서는 이미 내놓았던 새해 경제전망을
수정, 당초 전망보다 더 비관적인 쪽으로 고쳐 내놓고 있고 경제기획원은
연구기관들의 예측보다 더욱 비관적인 경제상황을 그려놓고 있다.
경제기획원의 내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수준으로 노사분규와 임금상승
이 이루어질 경우 경제성장률은 5%이하로 떨어지고 국제수지는 적자로 돌아
서며 물가는 10%이상 뛰고 실업률은 4.5%(금년 2.7-2.8%)에 이른다는 것
이다.
이는 80년의 마이너스성장이래 가장 어려운 국면이 전개된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도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데 그정도의 실적을
나타내기 위한 전제 조건, 즉 정치/사회불안요인의 제거와 산업평화의 정착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판단이 어렵다.
정부는 이러한 전망에 근거하여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짜겠지만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데 대해 일부에서는 노사분규와 임금상승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제위기설을 퍼뜨리는게 아니냐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어려움은 가중된다.
.......... 중 략 ..........
한국경제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건, 어떤 획기적인 처방이 나오지 않으면
정말 벼랑으로 떨어질 위기상황에 있다.
나라를 버티어 오던 경제가 이렇게 된다면 정치/사회적안정을 어떻게 기대
할수 있겠는가.
잘못과 책임을 모두 남에게 전가하고 자기몫을 찾는일에 모든 경제주체들
이 정신을 팔고 있다.
이러다간 정말 큰일이다.
지금 우리경제의 어느 구석을 돌아보아도 경제성장을 이루어낼 힘이 솟아
나지 않는다.
경제성장이 지속되려면 몇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각 경제주체들이 자기역할을 충실히 담당해야 하고 국민적 자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경제라는 바구니를 채울 생각보다 바구니에 담겨 있는 것을
모두 꺼내려고만 하고 있다.
둘째 생산능력의 지속적 증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기업은 현상유지에도 지쳐 있는데 투자의욕이 생겨날리가 없다.
셋째조건은 끊임없는 기술개발이다.
세계각국은 처절할 정도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만 기술개발에
초연해 있다.
넷째조건은 근로의욕이 강화되어야 한다.
임금상승을 뛰어넘는 생산성향상을 이루지 않고서 경쟁력을 높일수 없다.
다섯째조건은 정치/사회적 안정이다.
우리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 사의 화합이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때 노사만이 힘을 합해서 될일도 아니다.
경제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한 이러한 조건중 어느 하나도 충족되어 있지
않은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니 경제가 수렁으로 빠지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누구에게 책임만 물을 일도 아니다.
국민 모두가 함께 우리 경제현실을 인식, 지혜를 짜내야 한다.
정부는 확고한 정책을 제시, 기업과 근로자, 그리고 국민모두를 설득
시켜야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기업의욕을 되살리고 더 열심히
땀을 흘리는 자세로 되돌아가야 한다.
모든 국민이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자기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 전제가 있어야 경기부양도, 소득의 분배도, 사회안정도 가능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