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분규와 수출부진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차입을 늘리고 있으나 은행대출이
막혀 금리가 높은 단자회사등 제2금융권의 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금융기관들은 양건성 기업어음매입(꺾기)까지 강요
하고 있어 기업의 자금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 개인부금 자금잉여금, 제2금융권에 몰려 ***
또 개인부문은 소득증가에 따라 자금잉여 규모가 다소 증가했으나 이러한
잉여자금이 은행보다는 투신회사등 제2금융권의 고수입 금융상품으로 주로
흘러들어가 기업의 자금조달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9년 3/4분기 자금순환동향(잠정)"에 따르면
이 기간중 기업의 자금부족액은 6조7,6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3조
6,668억원에 비해 84.5% 늘어났다.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가 이같이 확대된 것은 수출과 경기부진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반면 고율의 임금인상과 투자등을 위해 지출할 돈은 계속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 직접금융 조달 2.5배나 증가 ****
기업은 이같은 부족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순증기준으로 모두 10조8,651
억원의 자금을 외부로부터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유형별로 보면 은행, 단자회사 및 보험회사등을 통한 간접금융
조달이 작년동기의 2조1,810억원에서 3조7,427억원으로 71.6% 증가, 그
비중이 43.4%에서 34.4%로 낮아진 반면 주식과 회사채발행등을 통한 직접
금융조달은 2조8,489억원에서 7조1,224억원으로 2.5배로 급증해 그 비중이
56.6%에서 65.6%로 높아졌다.
직접금융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은 정부가 금융긴축을 강화, 기업의
은행차입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을 적극 유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주식통한 자금조달 2조5,040억원...전체의 23% ****
특히 주식발행을 의한 자금조달액은 2조5,040억원으로 전체의 23.0%를
차지했으며 단자차입은 작년동기의 1,823억원에서 1조502억원으로 5.8
배나 늘어 그 비중이 3.6%에서 9.7%로 크게 높아졌다.
단자회사로부터의 차입비중이 이같이 높아진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기업의 자금난이 그만큼 어려웠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은은 단자회사들이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 주면서 이 가운데 60%
가량을 다시 예금토록 하는 "꺾기"를 강요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 은행차입은 1조4,57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1조637억원에 비해
37% 증가하는데 그쳐 그 비중이 21.2%에서 13.4%로 낮아졌다.
** 3/4분기 유가증권 투자규모 작년동기보다 1조7,000억이나 증가 **
그러나 기업들은 이러한 자금부족에도 불구, 주식과 회사채등 유가증권
투자규모가 작년 3/4분기에 3,356억원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금년
3/4분기에는 1조7,711억원이나 증가함으로써 재테크에 몰두했음을 반증
했다.
한편 개인부문의 자금잉여규모는 4조7,38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3조
5,934억원에 비해 1조1,400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따라 기업자금 부족분을 개인부문이 얼마나 보충해 주느냐를
나타내는 지표인 개인잉여자금의 기업자금부족 보전율도 98.0%에서
70.1%로 크게 떨어졌다.
가계는 잉여자금을 단자, 보험, 신탁등 제2금융권의 고수익상품에
주로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구성내용을 보면 제2금융권 54.0%,
은행 14.8%를 각각 차지했으며 주식 비중은 증시침체를 반영, 20.3%에서
14.8%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