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의원 간첩사건 관련 피고인 11명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그동안 엄청난 파문과 함께 그 진상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서의원 사건이 일단 정리됐다.
문익환 목사의 밀입북 사건에 뒤이어 터진 서의원 간첩사건은 임수경양
평양축전 참가와 함께 올해의 공안정국을 형성한 주요한 원인이 되었을
뿐만아니라 그동안 국민의 커다란 관심을 끌어왔었다.
이 사건은 우선 서의원 자신이 국회의원 신분이었는데다 이로인해
제 1야당 총재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불구속기소됐고 국정감사
에서 "야당탄압" 문제가 강력히 제기되는등 사법적 판단의 범위를
넘어서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됐었다.
*** 고문에의한 허위자백 주장도 일축 검찰의 피의자조서 임의성인정 ***
뿐만 아니라 서의원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모두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서의원이 북한에 다녀왔다는 사실이외에는 결정적 증거가 없는 점. 설사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이에대해 "지령을 받았다"든가 "간첩행위를 했다"
는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어떠한 법률적 판단을 내릴지도 미지수였다.
*** 서의원 국회의원 되기전부터 북한사람과 접촉 금품받아 ***
그러나 결국 법원은 지금까지 8차례에 걸친 공판끝에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 "서경원의원의 밀입북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북한
사람과 접촉하면서 금품을 받아오다 의원이 된 이후에는 북한을 방문,
김일성, 허담등과 만나 공작금을 받았으며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등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전략에 이용된 사건"이라고 이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예상했던대로 중형을 선고함으로서 1심 절차를 마무리했다.
*** 국회의원 신분이기 때문에 더욱 중형 받아야 ***
서의원에 대한 이같은 선고량은 문익환 목사의 1심형량 (징역 10년)에
비해 훨씬 무거운 것으로 재판부는 "서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이었고 계속
북한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해왔기 때문에 종교인이나 학생의 밀입북
보다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중형이유를 밝히고 있다.
재판부는 또 간첩협의외에 관심을 끌어온 검찰이나 안기부에서의
가혹행위여부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의 고문주장을 일축하는 한편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임의성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
*** 조국평화통일위 간부에게 국회수첩 줘 ***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서의원이 지난해 8월 입북해서 북한 조국
평화통일위원회 간부에게 "국회수첩"등을 준 것과 같은해 11월 비서관
방양균 피고인을 시켜 서독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북한공작원에게 국내
농민운동 관련 유인물등을 전달한 행위등을 모두 "간첩행위"로
판단함으로써 법원측이 간첩혐의를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사건은 법정공방이 시작되면서부터 <> 피고인들이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하는데도 재판부가 안기부및 검찰작성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것인가 <> 서의원과 방양균 피고인의 활동을 "간첩행위"로 판단할 것인가
<> 위헌제청신청이 제출되어 있는 "불고지죄"에 대해 어떠한 판단이
내려질 것인가라는 3가지 점에 관해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되어왔다.
우선 고문주장 및 검찰조서 증거채택 문제에 있어서, 재판부는 안기부가
작성한 신문조서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반면 검찰작성 조서는
임의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
*** 검찰의 피의자조서 임의성 인정 ***
재판부는 "검찰이 구치소에 보내지 않은채 계속 잠을 안재우면서 협박해
허위자백을 했다"는 서의원의 법정진술과 관련, "조사에 입회했던 검찰
수사관들의 증언에 따르면 수사초기에는 밤늦게까지 조사를 하긴 했지만
워낙 범죄사실이 방대해 늦게까지 조사하는 것이 불가피했으며 서의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진술했다고 증언하고 있고 조서를 보아도 여러차례에
걸쳐 상세히 기재되어 있으며 작성뒤 세세한 부분까지 서의원이 자필로
수정했기 때문에 검찰조서는 임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고문상처의 증거보전까지 되어있는 방양균 피고인의
고문주장에 대해서는 "안기부에서 가혹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소극적으로 인정했으나 "그러한 상태가 검찰에서도 계속됐다고
볼수 없다"며 역시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또다른 쟁점이 되었던 서의원과 방양균 피고인의 "간첩활동"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는 "국내의 공지사실을 보고하더라도 간첩행위"라는 종래의
대법원 판결대로 간첩"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 국가안위에 관한 고도의 기밀아니다..재판부 무죄판결 ***
재판부는 다만 이들이 누설한 기밀이 국가안위에 관한 고도의 기밀이
아니라는 점을 형량경감의 사유로 채택했으며 방양균 피고인의 "축협
중앙회 투자계획 탐지" 부분은 <> 국회의원 비서관으로서의 임무와
관련있고 <> 문건 자체가 홍보책자로 비밀이 아니며 <> "탐지"행위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밝혔다.
한편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제청신청이 제기된
"불고지죄"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는 "불고지죄가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 했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들과 서의원들의 관계도 신고의 기대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금숙. 정성헌. 오동철 피고인들에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들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이희우 피고인등
다른 불고지죄 피고인 3명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이상수 변호사등 변호인단은 "사법부가
아직도 5공시절의 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낡은 고정관념에 따라
판결을 내렸다"고 논평, 즉시 항고할 의사를 밝혔다.
** 변호인단,항소심에서 기필코 진실밝혀,사법부의 낡은고정관념 관행타개**
변호인단은 이날 판결이 내려진 즉시 성명을 발표, "6공화국을 맞이하여
거듭나야 할 사법부가 변호인과의 접견이 차단된 채 밀실에서의 고문과
협박에 의해 날조된 허위자백을 기초로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심히
유감스럽운 처사"라며 "항소심에서 기필코 진실을 밝힘으로써 아직도 인권
탄압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사법부의 낡은 고정관념과 관행을 타파
하겠다"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관련 피고인들의 고문주장과 간첩활동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내년초 열릴 항소심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