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증시가 대폭락세로 마무리되면서 증시관련기관이나 회사 투자자들
역시 침통한 분위기가 극에 달한 느낌.
증권거래소 임직원을 비롯 25개 증권사 임원및 관계기관장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폐장식은 우울하기 짝이 없는 가운데 심상 증권거래소 이사장은
"80년대 증권시장은 상장회사수가 79년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626개사
가 됐으며 거래대금은 1조원대에서 80조원대로 80배 신장된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격려사를 하면서도 못내 아쉬운 표정이 역력.
심이사장은 그러나 우울한 과거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자본시장육성의
밑거름이 되고 국민경제발전의 견인차가 되기 위해 증권관계자들의 부단한
협조와 노력"을 당부.
이날 증권거래소는 박춘식 대신증권시장부장, 김태수 럭키증권시장과장,
고광세 쌍용투자증권시장부대리, 이성주 신한증권시장부대리, 임덕운 동양
증권시장부사원등 5명을 85년도 모범시장대리인으로 선정 시상.
오랜 침체양상을 지속했던 89년 증시가 연초지수마저 밑돌며 26일 막을
내리자 그동안 주가 받치기에 총력전을 폈던 투신사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소파에 몸을 파묻으며 허탈한 표정.
이들은 특히 폐장일의 주가마저 공방전끝에 하락세를 지속하자 "정말이지
89년 주식시장에는 질렸다"는 표정들.
투신사 주식매입의 사령탑이었던 3투신의 운용담당 상무들도 "뒤돌아보고
싶지 않다"(한투 홍린표상무) "말할 힘도 없다"(대투 이은학상무) "요즘은
제정신이 아니었다"(국투 이희진상무)고 각각 코멘트.
투신사들은 그러나 지난 23일이후부터는 상당히 낙관적인 분위기로 돌아
서고 있어 주목.
3투신의 주식매매동향을 보면 지난 22일을 정점으로 매도물량이 소폭씩이
나마 줄어드는 한편 일반매수세도 다소 가담하고 있는 징후가 뚜렷이 나타
나고 있기 때문.
지난 22일의 경우 3투신이 실제 사들인 물량만도 5,800억원에 달했던 것은
물론 총거래량에서의 비중도 67%에 달했지만 이날이후 거래비중이 눈에 띄게
떨어져 23일에는 40%, 26일에는 30%선을 기록해 일반매수세가 서서히 되살아
나고 있음을 입증.
한국투신의 이상구은행부장은 기나긴 주식전쟁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
다며 내년 연초장은 의외의 강세장을 확신한다고 주장.
대한투신의 문최영운용부장 역시 "파리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린드버그의 첫대서양횡단에 빗대어 희망적인 견해를 표명.
증권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올해는 마치 10년을 보낸 것처럼 힘든 한해
였다고 술회.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로 1년동안의 약정실적이 당초 기대에 크게 미달했을
뿐아니라 자금운용이나 상품주식운용등에서도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때문.
증권사들은 최근 몇년동안 약정실적이 100%이상의 신장세를 보여온 점을
들어 올해는 약정실적이 200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
실적은 160조원에 그쳐 전년대비 신장률이 40%에도 미치지 못한 것.
또 자금도 대거 증시를 이탈, 예탁금이 줄곧 바닥권을 헤어나지 못한데다
침체증시부양을 위한 외부압력으로 상품주식매매도 제대로 못해 1년 내내
운영자금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얘기.
더구나 보유상품주식도 평가이익을 못냈는데 투자자들로부터는 올해도 강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연초 전망에 대해 거센 항의를 받아 실속도 못
차리고 욕만 잔뜩 먹은 꼴이 됐다고 푸념.
폐장은 눈앞에 두고 종합주가지수가 연초지수아래로 급락하자 전광판을
지켜보던 투자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며 망연자실.
이날 주가지수가 개장초 강보합세로 출발하자 상주고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연말투자전략을 의논하는등 비교적 활기를 띠었으나 후장들어 매수세가 약화
되자 분위기가 급랭.
명동의 증권사객장을 찾은 한 투자자는 "정책당국이 그동안 3조원이상의
돈을 풀어 주가를 관리해 오다가 왜 납회일에 폭락세로 이끌어 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볼멘 소리.
그러나 일부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폭락세로 급변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것이 연초장세를 보다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 나가기 위한 고도
의 주가관리기법이 아니겠느냐며 새해 주식시장을 낙관적으로 점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