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동안 무풍지대에 안주해온 과학계에 거센 정치바람이 불어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온 한해로 평가된다.
도청시비상온핵융합 무뇌아사건 영광 3-4호기 건설허가등 굵직한 사안들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깊어졌고 동구권과의
문호개발에 따른 북방바람이 일어났다.
*** 과기연 8년만에 독립 제기능 회복 ***
이같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과학계내에서조차 외면해 온
기초과학 생명과학등의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됐고 "국내과학기술의 산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통합 8년만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 다시
독립돼 연구기능의 활성화를 모색하게 됐다.
연구성과에 있어서도 16MD램, VTR자기헤드용 신소재개발 성공등을 비롯해
남극에 대한 후속연구, 태평양심해저망간광구개발 착수등 세계로 뻗는
한국과학기술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슈퍼컴퓨터개발등 일부 과대포장된 개발소식을 남발해 아직 낙후된
국내과학계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도청시비, 상온핵융합, 무뇌아사건과 반원전운동, 영광원전 3-4호기의
건설허가는 KIST의 태동과 함께 올해 국내 과학계의 최대관심거리였다.
이른바 "블랙박스"로 일컫는 도청장치 개발시비는 올해 과학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대토픽으로 다루어지면서 정치권의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이 장치는 결국 개발측의 주장대로 국제통화요금의 계산에 쓰이는 "비음성
통신용 전송품질측정시스템"이라는 첨단장치로 결론이 났지만 그 내용이
국가2급비밀이라며 비공개회의를 통해 진행되는등 모호한 공개과정탓에
오히려 도청에 대한 궁금증을 높여주는 동시에 연구개발에 있어서의 과학자의
윤리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 도청장치-원전피해등 부각...정치권에까지 바람 ***
연초에 미 유타대 폰스교수와 영국 사우스 햄턴대 플래시만교수가 보통
온도상태(섭씨 영상25도)에서도 핵융합이 가능하다는 실험결과를 발표, 1년
내내 국내외 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린 상온핵융합시비는 아직 결론없는
공장전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의 윤경석박사와 화학연구소 이규호박사팀이
폰스와 플래시만교수의 방식을 이용, 상온핵융합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혀
국내에서도 이같은 혁신적인 상온핵융합이 에너지문제를 영원히 해결해
줄것이라는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으나 반론이 제기되면서 아직 상온핵융합에
대한 논란만 무성한 상태이다.
무뇌아-기형아 사건도 비록 방사능피폭이 무뇌아사산이나 기형아 출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밝혀내지는 못했으나 그동안 원전안전관리가
허술했다는 사실을 들춰내 급기야는 감독기관인 과기처가 원전사업자인
한전을 고발하는 사태로 비화됐다.
게다가 그동안 지역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로 진통을 거듭해온 영광 3-4호
기에 대한 건설이 최근 원자력위원회에 의해 허가됨으로써 또 한차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지난 81년5월 정부의 강압으로 통폐합된 한국과학기술원이 연구-
학사기능의 혼재로 몸살을 앓아오다가 8년여만에 연구기관인 KIST와 교육
기관인 KAIST로 분리 독립돼 각기 제기능을 수행할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 동구권과의 과학기술교류도 크게 늘어 ***
소련 중국을 비롯, 헝가리등 동구권과의 과학기술교류도 부쩍 늘어난
한해였다.
특히 대통령의 유럽순방으로 영국 프랑스 서독등과의 과학기술교류가
앞으로 폭넓게 전개될 것으로 보여 미/일에만 편중돼온 우리과학계의
기술교류다변화가 내년부터는 이뤄질 전망이다.
기초과학이나 전국토기술지대망사업과 생명과학의 태동도 우리과학계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
또 대학연구활동의 활성화와 인간의 복지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생명과학
연구를 위한 활발한 움직임, 내년에 360억원의 예산을 들여 기초조사작업을
펼칠 광주첨단산업기지 건설사업 추진으로 전국토기술지대망조성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고도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세계기상이변, 남극의
오존층파괴, 자연오염과 대기오염등은 지구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제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