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개부문 전문변호사들의 인권상황 분석평가 ***
대한변협 인권위원회(위원장 유현석변호사)는 23일 "89년도 인권보고서"를
발표, 지난해의 인권상황은 불법연행, 장기구금, 무분별한 체포, 대량구속및
수배등 여러면에서 88년보다 훨씬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 6공정부 기존의 모순구조 강화시킨 경우도 ***
이 보고서는 "제6공화국정부는 새 헌법체제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이용,
"체제수호"라는 명분아래 구시대의 인적, 물적요인의 척결을 요구하는 대중
운동을 "좌경용공" "폭력혁명"으로 몰고간 경우도 있으며 국민의 정치적
시선을 국회내에서의 이른바 "5공청산/민주화협상"에 묶어 둠으로써 오히려
기존의 모순구조를 더욱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신체의 자유(김한주) <>언론/출판의 자유(안상운) <>집회결사의
자유(윤종현) <>노동자의 권리(김선수) <>교육의 권리(이석태) <>환경권
(최명규) <>농민/여성/도시빈민문제(정미화) <>검찰의 민주화(박성민) <>사법
과 민주화(박인제)등 13개 부문으로 나눠 각 부문마다 전문 변호사들의 인권
상황 분석과 평가를 싣고 있다.
<> 신체의 자유 (김한주변호사) <>
6공출범이후 시국관련 구속자는 모두 2,094명, 하루평균 3.78명으로 5공
시절의 하루평균 1.61명보다 2배가 넘는다.
특히 89년 1월부터 8월까지 집시법, 형법, 국보법등 시국관련 구속자의
수는 1,315명으로 88년의 전체 구속자 779명보다 2배 가까이 된다.
구속자 1,315명을 죄명별로 보면 <>집시법 256명 <>형법 293명 <>화염병
사용등 처벌에 관한법 32명 <>국보법 184명 <>폭력 485명 <>노동쟁의조정법등
기타 65명등이다.
또 89년9월 현재 시국관련 수배자는 44명인 것으로 정부통계에 나타나
있다.
89년에 시국관련 구속자가 급증한 것은 89년4월에 발족한 공 합동수사본부
에 의한 대량구속의 결과로서 계엄선포시 외에는 전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이같은 합수본부의 설치는 그 자체가 불법적인 것이었다.
이밖에 수사기관에서의 가혹행위사례, 변호인 접견권침해등 각종 위법사례,
경찰및 극우단체에 의한 테러사례가 속출하는등 89년의 전반적 인권상황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언론, 출판의 자유 (안상운변호사) <>
6.29선언이후 언론계는 언론민주화운동을 위해 언론노조가 탄생하는등
외형상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지만 언론의 불공정보도는 계속됐다.
국가권력이 이른바 공안정국을 형성, 유지하는데 유용한 사항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단죄를 하면서도 국민들의 요구사항이나 인권침해에 관해서는 지나
칠 정도의 양비론적 입장을 취했다.
언론출판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
소지및 제작, 반포등 죄및 북한관계에 대한 포괄적 보도제한을 금지하고 있는
군사기밀보호법등이 개폐돼야 하며 선진국처럼 국민이 국가기관에 대해 정보
의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정보공개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
<> 집회결사의 자유 (윤종현변호사) <>
지난해는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가 불법적인 공권력의 행사에 의해 심각
하게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부분의 주요집회와 시위는 경찰에 의해 사전에 원천 봉쇄됐고 이러한
정치적 목적의 집회/시위를 주도한 재야및 학생단체들의 핵심적인 구성원들
은 국보법, 집시법등의 적용을 받아 구속 기소됐다.
물론 집시법이 개정됨에 따라 국민의 집회및 시위의 자유가 상당수준 보장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해석상 자의적 판단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 노동자의 권리 (김선수변호사) <>
노동현장에 대한 대규모 공권력의 투입, 주요 민주노조간부와 노동상담소
요원및 노동운동가들에 대한 구속조치, 임금협상에 대한 한자리수 임금
인상률 억제정책의 강요등 지난해에는 노동자의 인권이 많은 제약을 당했다.
내무부자료에 따르면 89년 1월부터 8월말까지 구속된 노동자는 409명으로
하루평균 1.68명 꼴이었다.
<> 검찰의 민주화 (박성민변호사) <>
검찰이 노동자들의 노동운동및 이른바 "민족민주운동"을 슬로건으로 내건
재야세력의 정치운동등을 얼마나 공정하게 수사했는가를 살펴볼때 제6공의
출발 시점보다도 민주주의 의식에 있어 오히려 후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올들어서도 수사과정에서 수많은 인권침해 시비가 일어나고 정치범이 양산
된 것은 검찰이 민주주의 또는 법치주의에 대해 의식의 진전을 이룩하지
못한데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살인을 범하지 않은 보안법위반 피고인들과 마약 밀매업자등에까지 광범위
하게 사형이 구형되고 있는 것은 검찰권이 무자비하게 행사된 예라 할수
있다.
전혀 파렴치한 행위를 하지 않은 정치범들에게 3년내지 5년의 징역형이
구형되고 있고 10년이 구형되는 경우도 있었다.
<> 사법의 민주화 (박인제변호사) <>
89년의 사법부는 5공시절과 마찬가지로 영장발부 담당부서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공안정국아래서 시국사건에 관한 법원의 영장발부는 거의 자동화된
것처럼 보였고 동의대 사건에서는 76명이나 대량 구속됐다.
공안합수부활동당시 안기부나 검찰이 김준기, 연성만, 문부식, 고현주,
임수경, 서경원씨등의 변호인 접견을 거부한데 대해 법원이 그 취소를 구하
는 준항고를 인정한 것과 홍성담씨등의 고문사실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받아들여 신체감정을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시국사건에 관한 구속적부심에서 석방결정이 거의 없다시피한 것
은 5공시절과 다를 바 없다.
5공비리에 대해 온정적 태도를 보인 것과 국보법, 집시법등 악법에 의한
구속, 압수수색, 구인에 대해 예외없이 영장을 발부한 것도 비난받아 마땅
하다.
<> 반민주악법 개폐의 진전상황과 사례 (천정배변호사) <>
해방후 제정 또는 개정된 4,200억늬 법률중 약 32%에 해당하는 1,467건이
5.16이후 설치된 국가재건최고회의, 10월유신직후 탄생된 비상국무회의,
80년 5.17직후의 국가보위입법회의등 급조된 비상 입법기구를 통해 제정
또는 개정되었다.
현재 악법으로 지탄받고 개폐대상에 올라있는 법률 대부분이 여기에 속
한다.
국가보안법, 사회안전법, 국가안전기획부법, 집시법, 경찰관계법등은 국민
의 기본권을 옹호하기 보다는 침해하는 동시에 권력유지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가 있다.
13대 국회들이 처리된 법률개폐안은 의원발의 340건, 정부발의 78건, 국민
청원 20건등 11대및 12대 국회에 비해 양적으로는 5배이상 증가하는 진전을
보였지만 악법개폐를 담당한 특위에서는 37건이 심사돼 19건만이 처리됐고
18건은 상임위나 본회의에 계류중이다.
더구나 민생관련및 광주항쟁 피해자 보상법, 교육관계법, 국가보안법,
국가안전기획부법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쟁만 있었을 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