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노태우대통령은 취임 3년째로 들어간다.
마침 엊그제 23일 민자당 출범후 처음 열린 청와대 확대간부회의에서
그는 그동안 국운상승의 호기를 최대한 살리지 못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자책하였다.
37%의 국민지지로 집권한 노대통령은 그가 선거전에서 내걸은 "보통사람의
시대"에 부응키 위하여 전례드문 유연성으로 민주화에 힘을 기울였다.
우선 국민앞에 나서거나 각급 회의를 주제하면서 보여준 스타일에서 과거
통치자에게서 풍기던 권위주의의 색깔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여소야대라는 초유의 의회판도 아래서 6공정부가 처음부터 맞닥드린
노정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국회청문회, 중간평가문제, 7.7 대북선언이후의 파상적 밀입북사건 및
공안정국의 비난등 "산넘어 산"의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국의 혼미는 무엇보다 경제와 사회구도에 더 큰 파란을
던졌다.
제몫찾기의 말다툼 속에 경제는 성장력을 잃었고 사회는 각종 폭력범죄의
창궐로 민생치안이 거의 부재상태로 전락했다.
물론 이것이 대통령 한사람의 책임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 전부가 이러한 시대를 창출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 자신의 말대로 정부와 집권당은 국정에 대해
무한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표류를 바로 잡는데 이니셔티브를 취할 수 있고 또
취해야만 하는 것이 집권당과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참에 근자에 그는 두가지 매듭을 짓는데 성공하였다.
그 하나는 작년말 전전대통령을 국회증언대에 서게 함으로서 적어도
제도정치권 안에서는 5공청산을 마무리 짓는데 성공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1월22일 김영삼 김종필씨와 합력하여 삼당통합을
이룬 일이다.
사당통합에 따른 민정당의 해체는 노대통령을 속박하고 있던 5공과의
인연을 홀가분히 벗어 버릴수 있게 하여 주었다.
민정당은 어디까지나 5공의 정당이고 5공을 이끈 정당이었다.
자신의 세력기반을 스스로 허물어뜨림으로서 5공이라는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정치력의 소치로 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정적이었던 양김씨의 기반을 끌어들여 거기에 동참함으로써
국회에서 3분의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게 되었고 옛 물을 그대로
둔채 신통하게도 물갈이를 일단 끝냈다.
이것은 일단 그가 말하는 국운상승의 한 면모인지도 모른다.
... 중 략 ...
우리는 노대통령의 정치목표가 민주 번영 통일에 있음을 알고 거기에
동조한다.
이 때에 번영의 주된 의미는 경제성장이다.
지금부터 경제는 성장을 향하여 방향을 돌려야 한다.
성장을 위하여 물가안정과 분배평등이 조건으로 강조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성장을 뒷전에 물러 앉친다면 그 경제는 모든 면에서 오그라들고
부작용만 독버섯처럼 번지게 된다.
남은 임기 3년을 노대통령이 경제성장력 회복에 바칠 것을 선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