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지난해 외부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불구,
판매부진과 임금상승등으로 경영수지가 악화되면서 자금수요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함으로써 자금부족상태가 심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 기업들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유가증권
등 고수익 금융자산에 투자하는등 재테크에 몰두하여 자금부족을 더욱 악화
시켰다.
*** 자금부족규모 17조6,000억원대 달해 ***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9년 자금순환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외부로부터 조달한 자금(증가액 기준)은 38조5,000억원으로 88년의
21조4,000억원에 비해 무려 79.8% 늘어났다.
그러나 기업의 자금수요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전체 자금부족
규모는 17조6,000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98.2%나 증가했다.
이같은 자금부족규모는 86년의 6조8,000억원, 87년의 7조2,000억원, 88년의
8조8,000억원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가계가 기업의 자금부족분을 얼마나 메워주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개인의 기업자금부족 보전율이 87.9%로 낮아져 가계잉여자금
만으로 기업의 자금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자금부족 보전율 크게 떨어져 100% 밑돌아 ***
가계의 기업자금부족 보전율이 100%이하로 떨어지기는 국제수지가 흑자
기조로 돌아선 86년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기업의 자금부족현상이 이처럼 심화된 것은 외부자금조달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기업의 경영수지 악화로 자금의 지출이 조달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그러나 기업의 자금지출이 상당부분 부동산이나 고수익 금융상품등
재테크에 몰린 흔적이 있다면서 재테크가 자금부족현상을 심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 직접금융조달 55.5% 증가에 그쳐 ***
기업의 자금조달을 내역별로 보면 은행차입등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이 13조
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55.8% 증가한 반면 증자등을 통한 직접금융은 25조
3,000억원으로 55.5%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따라 기업의 총조달금액에 대한 간접금융조달액의 비율은 88년의 24.2%
에서 지난해 33.4%로 높아졌다.
이는 금융당국이 그동안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해 오던 직접
금융비중 확대정책을 경기부양을 위해 일시 유보하고 정책금융을 다시 확대
공급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자금운용을 보면 금융기관에 예치한 자금이 20조9,000억원 증가,
전년대비 66.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 단기고수익상품에 집중 투자 ***
특히 단자회사어음과 단자예치금은 무려 361.0%와 249.8%가 각각 증가,
기업들이 여유자금을 단기고수익상품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들은 기업의 금융기관 예금이 증가했다는 것은 일부 기업들이
여유자금을 설비투자등 생산적인 부분에 활용치 않고 재테크에 활용한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의 기업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어쩔수 없이
예금을 하는 이른바 꺾기(양건)용으로 금융기관에 자금을 예치한 경우도 있어
금융자산 운용액을 모두 재테크로 보기는 어렵다고 한은 관계자들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