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범양상선의 투신자살 사건이 일어난지 19일로 3주년을 맞는 가운데
해운업계에서는 주인을 잃고 표류중인 "범양호"의 앞날에 대해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87년 4월19일 박종석(당시 58세) 당시 범양상선회장의 투신자살로
시작된 범양사건은 사상 최대규모인 1,824만달러의 외화도피와 용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130억원의 비자금, 전문경영인과의 회사경영권을 둘러싼
암투, 그리고 당시 유행어가 되어버린 "먼저 인간이 되시오"라는 박회장의
유언내용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박회장이 지난 66년 5월 유조선 4척(5만3,000톤)으로 발족한 범양상선
(설립당시 범양전용선)은 유공의 원유수송을 전문으로 시작, 10년만에 30대
재벌로 등장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와 해운운임이 크게 하락하는등 해운시황이 악화돼
범양상선은 4,463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가운데 84년 5월 정부의
해운산업합리화조치로 해운업계 부실 3총사로 불리우는 삼미해운, 삼익상선,
세방해운을 비롯 보양선박등을 대거 인수하면서 범양상선의 총부채는
7,975억원에 이르게 된다.
게다가 연간 부채금리가 11-13%씩 가산되자 86년말 범양상선의 부채총액은
1조250억원에 이르게됐다.
또한 박회장과 한상연 사장(55. 현재 특가법으로 구속중)과의 회사경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암투와 대규모 외화도피, 해운산업합리화 당시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던 비자금과 국세청의 세무조사등이 겁쳐져 박회장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함으로써 범양상선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범양상선 사건이 발발하자 당시 국세청은 한사장등 관계자 4명을 특정
경제가중처벌법에 관한 위반으로 구속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정부당국은
범양상선의 경영에서 박회장과 한사장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방침아래
부실기업정리 노하우가 축적되고 당시 해외에 지점을 갖춘 외환은행으로
하여금 범양상선의 자금관리를 포함한 임의관리를 맡도록 했다.
이에따라 87년 4월24일이후 외환은행관리단이 범양상선에 대한 임의관리에
착수, 박회장과 한사장의 측근등을 완전히 축출한뒤 회사전반에 관한 실사를
마려 채무부에 제출, 정부당국의 최종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도 지난 88년8월 박회장의 아들인 박승주씨
(29.현 미륭상사 이사)등 유가족 4명을 상대로 주식인도청구소송을 서울
민사지법에 제출했으나 주식처분위임장의 효력을 둘러싸고 법정싸움을
계속하고 있어 범양상선의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
이와관련, 서울신탁은행과 유가족들은 최근 대화를 갖기 시작했으며
아직까지 유족들이 구체적인 조건등을 제시하지 않고는 있으나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주식인도청구소송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당국은 당초 범양상선을 부실기업의 정리차원에서 5공화국이
끝나기 전까지 마무리지을 계획을 세웠으나 범양상선의 처분에 따른
특혜시비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6공화국으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범양상선의 선복량은 벌크선 66척 200만276톤을 비롯 탱커선
1척 5만4,596톤, 컨테이너선 7척 1만9,965톤, 자동차전용선(PCTC) 4척
10만6,604톤, 그리고 LPG선 1척 1,513톤등 모두 85척 218만2,655톤으로
34개 국적선사들 가운데 척수로는 20%를, 총톤수로는 26.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벌크선을 중심으로 한 해운경기가 회복되면서 범양상선의
경영수지는 지난 86년의 593억원, 87년 423억원의 적자를 낸데서 탈출하기
시작, 88년에는 151억원의 흑자를 기록, 수치상 해운업계에서 최고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 89년에는 121억원의 흑자를 내 2년 연속 흑자기조를
다졌다.
이같이 해운경기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 86년말 1조250억원에 이르던
범양상선의 부채총액은 87년말 1조264억원에 달해 사상 최악을 기록한
이후 줄어들기 시작, 88년말에는 9,877억원, 89년에는 9,26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지난 한해동안 범양상선은 866억원의 이자액을 상환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범양상선이 안고 있는 총부채는 여전히
9,260억원에 달하는데다 현재 해운산업합리화 조치로 인해 원금상환은
유예된 상태이어서 앞으로의 정상화 전망이 결코 밝은 편은 아니다.
현재 범양상선 정상화 방안중 가장 유력시 되는 제3자 인수를
놓고 인수대상으로는 <>해운사 <.대기업 <>공기업등으로 크게 분류되고
있는데 자금능력이 있는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등이 맡을 경우
전문성은 있으나 해운산업의 독점화의 특정해운사의 비대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비해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대기업의 인수방안은
자금지원을 통한 회성촉진 가능성이 있으나 재벌에 대한 특혜시비를 불러
일으켜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게세게 일어날 소지도 없지않다.
범양상선을 인수할 대기업으로는 해운업게에 발을 들여 놓지 않은
대우그룹과 삼성그룹이 유력시 되고 있으며 특히 이들 양 그룹은 자체내
조선소를 갖춘 장점이 있으며 이미 범양상선의 인수에 따른 제반 사항을
완전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선경그룹도 인수당사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계열사인 유공해운을
갖고 있는 것이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특혜시비를 줄일 수 있고 기업을 살릴 수 있는 포항제철이 공기업의
인수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특히 포철은 풍부한 자금력에다 거대한
자체 물동량이 있어 강력한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