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의 급속한 통일행보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더구나 가까워질듯 하다가 다시 물러서는 남북간의 몸짓을 볼때의 안타까움
은 형언하기 조차 힘들다.
엊그제 북한이 금강산 합작개발계획을 무효화하며 적십자회담도 불응하겠
다는 보도가 있은 직후인 18일 동서독은 "경제-통화및 사회통합" 국가조약에
조인을 마쳤다.
사실상의 통일이 이루어진 셈이다.
그런가 하면 대만은 삼불정책의 포기검토를 비쳤다.
말이 검토지 양중국의 인적 물적교류는 대단한 심도로 진행되고 있다.
저들과 우리는 무엇이 그리도 다른가.
저 사람들은 말보다 행동을 앞세운다.
우리는 말은 저만치 앞서는데 행동은 반대로 나간다.
2차대전으로 분단된 4개국 가운데 가장 극렬하게 앙앙불락하는 이땅의 주인
들은 너무 우수해서 원칙에 철저한 때문인가, 아니면 어리석어서인가를 우리
스스로에게 철저히 캐물어야 한다.
만일 원칙 때문이라면 백성을 떠받들어 잘살게 하는 이상, 전쟁의 위협없이
오손도손 지낼수 있게 하는 이상 귀중한 원칙이 또 어디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만일 어리석음이 그 까닭이라면 어느점이 남보다 어리석은가를 차분히 따져
고쳐나가야 한다.
생각컨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국민성이 일견 매우 똑똑해 보일지
몰라도 크게 보아서는 어리석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독일과 중국의 예에서 우리는 겸허하게 배워야 한다.
첫째로 남들앞에서 싸움질하는게 창피한줄 알아야 한다.
독일과 중국도 대립은 해왔지만 적어도 제3국에게는 싸움질하는 흉한 꼴을
잘 보이려들지 않았다.
둘째, 말보다 행동을 중시한다.
서독이 70년대부터 보여온것, 대만이 근년에 해온것은 행동이다.
우편, 전화, 방송, 가족방문, 경제교류로 양독은 소리안내며 접근해 왔다.
중국도 어쩌다 불쾌한 성명전을 벌이기는 하지만 뒤로는 접촉을 못본체
한다.
대만정부가 이제와서 접촉, 대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소위 삼불정책의
포기운운하나 접촉은 수십만의 본토방문과 수억달러의 밀무역을 키워오고
있다.
셋째, 경제력과 제도의 우위이다.
서독이 더많은 인구에 1인당 생산이 높아 국력으로 동독을 압도함은 말할
나위 없다.
인권과 자유가 충일한 정치 사회제도의 우월성 역시 한가지다.
대만은 인구/국토의 규모면에서 독일과 역이지만 알찬 경제로는 본토인의
부럼움의 대상이다.
독일의 통일, 양중국의 접근이 가능한 것은 이 경제/사회제도의 격차가
원천적 동력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력에다가 위에 든 행동위주 접근방법이 가미된다는
점이다.
공산당의 비밀생리, 자존심을 존중하여 도와는 주되 은밀히 하는 세련성
이다.
독일은 이 협정을 7월1일부터 발효시킨다.
이제 남은 정치체제의 통일은 시간문제다.
다급한 우리의 처지에서 보면 구태여 정치기구까지 합치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어 보인다.
그래도 그들은 의젓이 그리고 조용히 완전 재통일을 이루어 낼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조급한 생각을 먹어서는 될일도 안된다.
월남의 예를 혼동하는 일이 있어서는 더욱 안된다.
평화통일이 안되면 유혈통일이라도 하자는 생각은 금물이다.
월남민족이 이미 치른 전쟁의 대가는 얼마며 통일 15년을 넘은 오늘의 현실
은 어떠한가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나라안의 문제에서, 남북의 문제에서, 세계의 문제에서 의젓하고 성숙하게
모두가 자신을 알고 책임을 남에게만 떠넘기지 말자.
그래야만 좀더 우월한 사회-경제를 이루어내서 통일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