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에 오른지 1년6개월이 된 아키히토일왕이 노태우대통령의 일본방문을
앞두고 그의 전왕 히로히토사망과 함께 역사의 저편에문혀지기를 원한
전쟁책임논쟁에 휘말려들고 있다고 미국의 뉴욕 타임즈지가 20일 지난주말의
일왕 방문지인 일본 나가사키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키히토 새 일왕 자신은 이 논쟁에 휩싸일 언동을 피하고
있으나 노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앞두고 히로히토 전왕의 "유감"운운 발언에
불만을 표시, 잔혹했던 일제식민통치에 대한 아키히토 일왕의 분명한 사과를
요구함으로써 일왕의 사과문제가 클로즈 업 된 것이라고 경위를 밝혔다.
** 노대통령의 분명한 사과요구에 갈팡질팡 **
타임즈지는 노대통령의 분명한 사과요구를 맞은 일본 정부가 처음엔
비정치적인 지위에 있는 국왕이 사과를 한다는건 헌법위반 운운하면서
꽁무니를 뺐다가 나중엔 사과를 할 수는 있지만 정부관료 및 정치지도자들이
마련해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등 갈팡질팡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왕의 분명한 전쟁책임 사과표명 문제를 둘러싸고 현 일본정부 각료들간엔
"분명한 사과를 해야한다"는 의견과 "국왕이 그런 정치적 언동을 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엇갈려 있는데 가이후 도시키총리는 자신이 분명하고
정중한 사과를 할테니 아키히토 국왕의 공식사과 요구를 면제해 달라는
입장이나 한국측은 일왕의 분명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곤혹을 겪고 있는
것으로 이 신문은 보도했다.
타임즈지는 한국정부의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전쟁당시 일본의 모든
전쟁범죄가 일본 국왕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만큼 전쟁책임에 대한 사과도
일왕이 해야한다"는게 한국쪽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일본 정부내에 한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일왕이 사과를
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고 아울러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