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한줄을 못 읽던 제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 입시학원 졸업식장 울음바다로 변해 ***
4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수도학원에서 열린 중입 검정고시반 졸업식은
지체부자유자로 지난달 20일 실시된 중학입학자격 검정고시에서 영예의
합격증을 손에 쥔 홍수정양(18.서울성동구성수동 2가 202의 29)이 이제는
한 식구가 된 30세여공의 등에 업혀 자신의 체험담을 읽어 내려가자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어느날 옆집에 이사온 이 언니는 매일 새벽마다 추우나 더우나 비가오나
눈이오나 저와 책가방과 우산의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이었읍니다"
3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다리가 마비된 홍양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병원
에도 못다니고 의무교육인 국교진학의 기회도 놓치는 바람에 자신을 그저
"쓸모없는 한목숨"이라고만 여겨오던중 옆집 언니 정광희씨(30.공원)의 도움
으로 "절망의 골짜기에서 희망의 언덕으로 올라서게 됐다"고 회고했다.
전남 목포가 고향인 정씨는 공무원이던 아버지를 사별하면서 가세가 기울어
고교를 중퇴한채 지난80년 상경, 성수동 일대의 소규모 공장을 전전하며
고달픈 여공생활을 해오던중 지난 85년9월 홍양의 옆집에 사글세 방을
얻었던 것.
*** 친언니처럼 20개월을 업어 통학시켜 ***
정씨는 홍양의 가여운 처지를 동정, 공장일이 끝나면 홍양을 등에 업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구경을 시켜주는등 친언니처럼 보살펴오다 어느날
홍양이 책한줄도 제대로 못읽는 "까막눈"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무작정
들쳐업고 학원에 데려갔다고 한다.
지난 88년9월 홍양을 수도학원 중입검정준비 새벽반에 등록시킨 정씨는
처음 4개월간은 "괜히 되지도 않을 일을 시작하다 중단하면 마음의 상처만
깊어진다"며 한사코 반대하던 홍양의 부모 몰래 학원비를 내놓았으며 매일
새벽 홍양을 업어 나르는 괴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수정이를 집에 데려다 주고 회사출근이 늦어져 깎이는 월급은 감수할 수
있었으나 언젠가 과로한 탓인지 빈혈로 쓰러져 1주일 병원에 입원하게 돼
수정이가 결석했을 때는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면서 정씨는 지난 1년
8개월동안의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 대학진학 법학도 희망 ***
장애자 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법학도가 되기위해 반드시 대학까지 진학
하겠다는 홍양은 "이제 몸이 자유스런 그 누구보다 활발하게 지내고 있고
정신적인 불구를 이겨냈다"면서 정씨를 힘껏 껴안았다.
현재 기아산업 버스운전기사로 일하는 홍양의 아버지 정룡씨(51)는 "수정
이가 공부할 시기를 놓쳐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씨가 부모이상으로 큰
힘이 돼 주었다"면서 정씨를 수양딸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