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지사의 부정사건은 규모도 규모지만 그 내용면에서 심장한 충격을
준다.
땅투기로 수억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혐의도 지방장관이라는 공인으로서
만부당한 소행이다.
그러나 보다 끔찍한 충격은 다른데 있다.
휘하의 시장 군수등으로부터 인사와 관련, 기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 사실이다.
관직의 승진 전보인사에 불미한 증수뢰악습이 청산되지 않고 있다는
항설이 나돌아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적 풍설이라고 믿고 싶었던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이번 김상조 전경북지사에 대한 수사에서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하나하나 적발됨에 이르러 설마하던 한가닥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점과 관련, 우리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그러한 김씨 주변의
소행이 과연 돌연변이적 예외인가의 여부다.
그러나 불행히도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때 그렇다기 보다는
빙산의 알각처럼 으레 있어 오던 보편적 사실의 예외적 노출이라는 쪽으로
기우는 심증을 가눌수 없다.
부정척결을 시정의 간판처럼 내걸어온 60년대초 이후의 3,4,5,6공
정권이 교차하기 30년이 지나는데, 아직도 "좋은자리"가 존재하고 그것을
선매까지 한다는 것을 상정할수 조차 있다는 것인가.
게다가 김씨에 연루된 부하관료가 한두사람이 아니며 상납식 금품수수만도
여러건 드러난 점으로 볼때 수면하에는 더 많은 유사사례들이 잠재하고
있다는 짙은 우려를 벗을수 없는 것이다.
어느 정권이건 공직자논리를 들고 나오지 않았던 정권은 없었다.
그 점에서 친인척비리 척결의지의 강도가 유례없이 높았던 5공정권이
오히려 "친인척 총동원적" 비리의 표본처럼 된것은 하나의 해학이라고
해야 한다.
6공이래 민주화의 시대조류는 모름지기 밝은 사회를 지향하고 있고,
또 그래야 옳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공직자윤리, 좀더 쉽게 말해 관리의 부패가 그 어느때보다 극심하다거나
뇌물의 규모가 훨씬 커졌다는 풍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게 실정이다.
심지어는 간헐적인 당국의 엄포가 있은 뒤에는 오히려 "보험료"만
가산되어 액수를 키운다는 풍자가 공공연히 유포되어 온 터이다.
그런 한편에서 공무원의 처우와 관련한 동정론이 팽배하여 온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비록 인플레속에서 재정상 어려움이 있지만 어떤 대민 설득
과정을 거쳐서라도 최소한의 공무원 처우개선에은 단안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양해적 환경이 고위직이나 소위 "좋은 자리" 지향의
일부 비양심적인 공직자에게 축재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개연성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씨와 그 주변은 물론이고 이어서 착수된 홍종문 수협회장의 선거
비리사건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협회장 역시 그 많은 선거자금을 살포하여 협회장자리를 샀다는
것은 그만한 반대급부를 전제한 것이며 따라서 "매관"임에 틀림없다.
도대체 이러한 비리는 어디에 근본원인이 있으며 근절은 가능한
것인가.
도덕수준의 타락, 황금만능의 배금주의등 진부하다시피 한 원인
분석이 따르겠지만 무엇보다도 밑바닥에 흐르는 것은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적 왜곡, 선거문화의 저수준등 정치의 문제가 주류를 이룬다고
보고 싶다.
정치가는 의회에 진출하는 수단이라면 청탁을 가리지 않아도 되며,
정치권력은 초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활용해도 부도덕하지 않다는
비뚤어진 가치관이 틀림없이 이 사회에 뿌리깊이 스며있다.
그러고서도 상탁하부정의 원리가 배제되기를 바라는데 바로 문제가
있고, 열쇠 또한 거기에 있다는 점을 이번에 펼치는 관기정화작업에
즈음하여 당국은 똑바로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