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공산당내 급진 개혁파 기수이며 러시아 공화국최고회의 의장
(대통령)인 보리스 옐친이 12일 탈당을 선언했으며 이어 당내 급진세력인
민주강령파도 신당 결성을 위해 탈당한다고 발표, 소련 공산당이 러시아
혁명이후 처음으로 분당 위기를 맞고 있다.
*** 고르비, 보수 - 급진 세력으로부터 지지 상실 ***
이날 실시된 당부서기장 선거에서 강경보수파 예고르 리가초프가 참패,
보수세력이 완전히 발판을 잃은지 불과 수시간 후에 일어난 이같은 사태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겸 공산당 서기장은 개혁과 관련, 중도적
입장을 더욱 강화할 수있게 된 반면 급진, 보수 양극세력으로부터 지지를
잃은 공허한 승자가 될 가능성도있는 것으로 보인다.
옐친(59)은 이날 자신이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의 직무에만 충실하기
위해 탈당한다고 말하고 "러시아 인민에 대한 나의 막대한 책무와 다당제
국가를 지향하는 사회 추세로 볼 때 나는 공산당의 지시만을 수행할 수는
없다"고 탈당 이유를 설명하고 "러시아 공화국에서 선거에 의해 선출된
최고 책임자로서 나는 공화국 인민의 뜻에 복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9년전 입당한 원로 당원으로 최근 2년간 고르바초프의 미온적인
개혁을 맹비난해온 옐친은 이날 당을 비난하거나 신당 창당을 선언하지는
않았으며 탈당 선언 직후 곧바로 연단을 내려와 대회장 밖에서 대기중인
승용차에 탄 뒤 취재진의 질문에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옐친은 이날 당 중앙위 확대문제를 토의하던 도중 고르바초프가 중앙위
확대에이견이 없느냐고 묻는 순간 탈당을 선언했다.
*** 옐친탈당에 반응 엇갈려 ***
옐친의 탈당 선언이 있자 회의장에는 충격으로 한동안 침묵이 흘렀으며
일부대의원들은 곧 박수갈채를 보냈으나 일부는 "부끄러운줄 알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옐친의 이같은 기습적인 탈당 선언 직후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은 채 대의원들에게 옐친의 탈당 문제가
당대회에서 논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쓴웃음을 띠며 "이로써
의사진행이 논리적으로 종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대회 개막 이후 여러차례에 걸쳐 이견을 이유로 당에서 떨어져
나가지말고 단결해서 당을 지켜나가자고 호소했었다.
한편 옐친이 탈당을 선언한지 불과 한시간만에 민주강령파 지도자
비야체슬라프쇼스타코프스키도 분당, 새로운 정당을 창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쇼스타코프스키는 탈당을 선언하면서 자신을 비롯한 민주강령파
대의원들이 "이번 당대회에서 당내 민주개혁을 향한 확고한 변화를
기대했으나 이같은 희망은 무산됐다"고 말했다.
쇼스타코프스키가 낭독한 탈당선언문에는 레닌그라드 시장 아나톨리
소브차크,블라디미르 리센코, 유리 볼디레프 등 25명의 대의원이
서명했는데 쇼스타코프스키는 이날 대의원들에게 공산당 당원증은 반납하지
말고 "공산당 내부에서 독자적인정치.경제체제를 추구하는 민주강령그룹에
등록하라"고 호소했다.
민주강령파는 지난 2일 당대회 개막에 앞서 만약 당대회에서 근본적인
당내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탈당, 신당을 창설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 민주강령파, 가을에 민주세력 특별집회 개최 촉구 ***
쇼스타코프스키는 탈당선언문에서 모든 민주세력들은 오는 가을
특별집회를 갖고 "폭넓은 정치연합을 결성하자"고 촉구했다.
이같은 쇼스타코프스키의 선언이 민주강령파 대의원 전원의 지지를
받았는지는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민주강령파 대변인 블라디미르 필린은
기자회견에서 약15%의 민주강령 소속 대의원들이 공산당에 남아있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강령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1천8백만 공산당원중 40%가
민주강령파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03년 훗날 러시아 혁명의 주도세력이 된 볼셰비키로부터
멘셰비키가 분리된 이래 공산당이 분열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부
대의원들은 옐친과 민주강령파의 탈당으로 당 고위간부중 수천명의
급진개혁파들이 뒤를 따를 것으로 전망했 다.
한편 이날 블라디미르 이바시코가 부서기장으로 선출됨에 따라 당내
위치가 급격히 하락한 리가초프는 이같은 처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고 옐친의 탈당선언과 관련, "어떤 사람은 당을
떠남으로써 당을 강화한다"면서당으로서는 옐친이 없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가초프는 자신이 정치국원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이상 없음을
시인했는데그의 이름은 15개 공화국 대표들이 작성한 당중앙위원 후보
3백11명의 명단에도 올라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와 중앙위 지도부가 별도 추천한 85명중에 그의
이름이 들어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