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전쟁이 끝난 줄 알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은 반세기 넘게 평화의 시대를 누렸다. 국제연합(UN)의 등장과 마셜 플랜을 비롯한 재건 정책은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땅에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듯했다. 역사가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와 라인강의 기적 등 재건과 부흥의 서사에서 유럽을 바라봤다.과연 그럴까. 최근 번역된 <야만 대륙>은 "전쟁 직후 유럽이 열어젖힌 서사는 재건과 부흥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무정부 상태로 전락한 역사"라고 반박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키스 로가 '선진 대륙' 유럽의 야만적인 민낯을 640쪽에 걸쳐 고발한다. 책은 2012년 펜 헤셀-틸먼상과 이탈리아 내셔널 체라스코 역사상 등 국제 출판상을 휩쓸었다. 지금까지 22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에서 사망한 사람은 약 3500만~4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프랑스 인구인 4200만명에 가까운 수치다. 수도와 전기 등 도시의 사회기반시설도 잿더미가 됐다. 전쟁 직후 독일 드레스덴을 찾은 도시계획 책임자들은 "지구의 땅이 아니라 황량한 달 표면에 가깝다"고 회고했다.전쟁의 상실은 '부재'로 이어졌다. 전쟁고아들은 부모를 잃었고, 수많은 결혼 적령기의 청춘이 짝을 잃었다. 사회 제도가 마비된 상태에서 매춘과 강간, 절도 등 도덕의 부재도 만연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처는 증오와 복수심의 굴레로 이어졌다.정치인들은 복수심을 교묘하게 활용했다. 유럽에 만연했던 분노의 분위기는 혁명을 부추기기에 완벽한 환경이었다. 공산주의는 독일인과 파시스트, 부역자를 향한 적개심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저자는 "훗날 세계대전이 점차 냉
만약 우리 국보를 해외 박물관에 빌려줬다가 도둑맞았다면 한국인들의 기분이 어떨까. 지금 루마니아 사람들이 그런 분노를 느끼고 있다. 네덜란드 박물관에 루마니아를 대표하는 유물들을 빌려줬는데 박물관이 털렸기 때문이다.31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새벽 3시 45분께 네덜란드 북동부 아센에 있는 드렌츠 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루마니아의 국보급 유물 네 점이 도난당했다. 세 명의 괴한이 폭발물로 잠긴 문을 폭파한 뒤 유물을 훔쳐 달아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이번에 도난당한 유물은 루마니아 역사 박물관의 해외 순회전 ‘다키아 - 금과 은의 제국’에 포함된 작품들로, 지난해 7월부터 드렌츠 박물관에 나와 있었다.기원전 450년께 제작된 ‘코토페네스티의 황금 투구’(황금 투구)를 비롯해 기원전 50년 만들어진 금팔찌 등 유물 총 네 점이 행방불명됐다. 이 중 황금 투구는 루마니아의 민족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중요 유물로 꼽힌다. 정교한 기술로 제작된 무게 770g의 이 투구는 로마 제국에 맞서 싸웠던 루마니아인의 조상(다키아인)들이 만들었다. 다키아인의 독자적인 문화와 신화 등 정신 세계, 당시 기술력 등이 드러나 있어 루마니아 역사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가치가 높다.루마니아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유물 도난 사건에 대해 “루마니아인들이 큰 정서적·상징적 타격을 입었다”는 성명을 냈다. 루마니아 국립 역사 박물관의 관장은 해고당했다. AP통신은 “루마니아 당국은 네덜란드 박물관이 보안에 제대로 신경쓸 것이라고 믿었다가 낭패를 당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7명이 전원 사망한 대형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에서도 그 탓을 민주당으로 돌리는 등 사고를 정치화(化)해 빈축을 사고 있다.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전날 발생한 사고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며 "안타깝게도 생존자는 없다"면서 "이날은 우리나라의 수도에서, 또 역사에서 어둡고 고통스러운 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3억4000만 미국인들이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트럼프는 "워싱턴DC와 미국 전역, 그리고 러시아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안타깝게도 그 비행기에 탑승했다"라면서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여객기에 탑승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우리는 이들이 느끼는 고통을 상상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도 사고의 탓을 이전 민주당 정부로 돌렸다.그는 "이 재앙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아내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연방항공청(FAA)과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미군은 숀 더피 신임 교통부 장관과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이어 "(나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오바마와 바이든, 민주당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책만을 최우선 순위에 뒀고 그들의 정치는 더 끔찍했다"면서 "지난주, 추락사고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나는 전국의 항공 교통관제사와 기타 중요한 직업에 대한 최고 수준의 기준을 복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강조했다.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교통부 장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