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들어 처음으로 유럽과 북미의 모든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냉전의 종식을 확인하고 상호신뢰와 자유시장의 원칙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유럽의 구도를 마련하기 위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34개국
정상회담이 19일 파리에서 개막된다.
미국과 소련 등 초강대국들과 인구 2만1천명의 산 마리노 공국을 포함,
모든 유럽 국가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번 회담은 19세기 유럽의
지도를 새로 그렸던 지난 1815년 빈 회의에 비견되기도 하며 "1945년 이래
가장 의미깊은 국제적 행사" 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1975년 헬싱키 협정 조인으로 탄생한 CSCE는 유럽과 소련, 미국
및 캐나다를 회원국으로 하는 결속력 약한 기구였지만 베오그라드와
마드리드, 빈에서 잇달아 열린 회담에서 인권에 대한 각국의 기여의무와
안보 조항을 강화, 동유럽 자유화의 모태가 돼 왔으며 이번 회담에서는
회의 자체의 제도화와 실무적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이번 회담에서 지난 40년간 상대방을 겨냥, 철저하게 무장해온
나토(북대서양조 약기구)와 이름만 남은 바르샤바 기구 6개 회원국은
재래식 무기 감축협정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게 되며 ''신뢰구축 조치''로
알려진 새로운 규칙들을 제정, 기습공격의 위험을 완화하고 나아가
제거하게 된다.
지금까지 분단된 유럽을 지배했던 상대방의 무력에 대한 상호
의혹으로부터 대화와 법의 지배로의 이행을 강조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은
이밖에 CSCE 정상회담을 정례화, 최소한 2년에 한 차례씩 회담을 갖고
외무장관 및 고위 관리들간의 회담을 보다 자주 열며 <>체코슬로바키아
수도 프라하에 사무국을 설치하고 빈과 바르샤바에 분쟁방지 센터와
선거감시기구를 각각 설치하는 등 CSCE를 상설기구화하게 된다.
미테랑 대통령의 개막연설로 시작되는 이 회담에 아직까지 폐쇄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알바니아는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하며 지난 15일부터
외무장관들을 통해 공식 대표 자격으로 참가를 요구했던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소련의 3개 발트해 공화국은 옵저버 자격이
아닌, 프랑스가 초청한 "특별 귀빈" 자격으로 본회의장에서 떨어진
별실에서 회의광경을 지켜보게 된다.
사흘에 걸쳐 계속되는 회담에서 34개 참가국 정상들은 모두 연설을 할
계획이며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90분간의 비공식 회담이 이어지게
되지만 CSCE 정상회담의 폐막선언은 이미 실무진에 의해 완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주요사항이 변경되는 사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이번 회담에서 최대의 이목이 쏠리는 부분은 페르시아만 사태를 둘러싼
각국 정상들 간의 비공식 회담이 될 것으로 전망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