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6일 다국적군의 침공에 대비한 ''인간
방패''로 억류해온 외국인 인질 전원을 석방키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
지난 8월2일 쿠웨이트침공이래 최대의 양보조치를 취함으로써 페르시아만
사태의 평화적 해결 전망이 한층 밝아지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대해 "출국이 금지됐던 외국인들에게
부과된 모든 여행 제한을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전 세계에 알려진 이
인도적 문제와 관련, 이처럼 결정적이고 근본적인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고 이라크 INA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자신이 오는 크리스머스 이전에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문제를
고려해 왔다고 말하고 이같은 결정은 인질석방문제로 이라크를 찾은 많은
외국 대표단에 의해 촉구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서방세계, 특히 미국의 일반 여론이 전쟁을
촉구하는 악의 군대를 저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게 만든 최근의 긍정적
변화"에 따른 것이며 "제한조치가 극한적인 비상사태에 최소한으로
실시돼야만 한다는 관점에서 우리는 이같은 비상조치를 더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외국인들은 고통을 겪었지만 이들에 대한 여행
제한은 평화를 위해 크게 기여했다"고 인질 억류조치를 정당화하면서
인질들에 대해 "이들 개개인 이 겪은 부당한 처우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앞서 모든 외국인들이 크리스머스부터 3개월에 걸쳐 출국을 허용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바 있는 후세인 대통령은 이들의 출국을 앞당긴 것은
이라크와 직접 회담하자는 조지 부시 미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외국인들이 "전쟁을 지연시키고 우리군대에게 우리에
대한 침략을 궁극적으로 막아내기 위한 동원을 완료할 시간을 주기 위해"
억류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우리의 군대는 반역자들에 대항해서 우리의
가치와 원칙을 수호하고 또한 우리의 국가적,지역적, 인도적 자산을 지킬
태세를 완전히 갖추고 있다"고 말해 인질석방이 이제 인간방패가 더이상
필요없고 이라크군이 전쟁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임을 시사했다.
이라크 의회는 7일 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데 전례로
보아 후세인 대통령의 요구를 승인할 것이 확실시된다.
한편 압둘 아미르 안 안바리 유엔 주재 이라크 대사는 이날 이라크는
모든 인질을 오는 크리스머스 이전에 석방, 귀국시킬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 부시, 전면철군 요구 불변 ***
그러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이같은 결정으로 이라크를
쿠웨이트에서 무조건, 전면철수시키려는 자신의 결의가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 계속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미국이 약9백명의 미국인 인질 전원 석방
결정을 이라크로부터 공식 통보받았으나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분명치
않으며 후세인대통령은 현 사태의 핵심과제인 이라크의 무조건
전면철수에 관해 조금도 입장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 주재 외교관들은 후세인 대통령의 이같은 전격 발표는
페르시아만 위기를 해소하는 보다 큰 조치의 전주곡일 수도 있으며
후속조치에는 전면 철군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는 보다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한 서방 외교관은 "큰 문제는 그가 조기 철수할 것인가, 또는
일방적으로 전면철군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유가 큰 폭 내려 ***
이날 국제 유가는 이라크의 인질 석방 발표로 배럴당 2달러의 내림세를
보였으며 주식 시세는 큰 폭으로 오르는 등 평화적 사태 해결에 대한
투자가들의 희망을 반영했다.
소련 외무부는 이라크가 3천3백명의 소련인 출국에 합의한데 이어 1진
2백42명이 6일중 아에로플로트기 편으로 귀국할 것이라고 밝히고 소련은
아직도 이라크에 남아 있는 3천명의 소련인을 위해 6-7t의 식량을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커 장관은 미국이 아랍-이스라엘 분쟁해결을 위한 국제회의 개최를
촉구하는 유엔 결의를 지지한다는 보도를 부인하고 이같은 움직임은 현
페르시아만 사태를 아랍-이스라엘 분쟁과 연계시키기 거부하는 미국의
일관된 입장에 역행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지금은 국제회의에는 적당한
시기가 아님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5일 여러 언론매체들은 유엔에서 논의되고 있는 미국측의 3개안
중 하나가 이스라엘-아랍간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을 위해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절차를 밟아" 국제회의 개최를 제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