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는 투자금융회사라고 부르지만 대체로 단자회사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금융기관이 지금 얄궂은 운명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방향을 세워놓고 지금 있는 단자회사를
모두 없애려는 믈이에 열중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
금융기관 합병전환법에 따라 단자회사가 은행이나 증권회사 또는
한발짝 옆으로 종합금융회사로 변신하는 길을 열어 주겠다는 것은
좋다.
또 단자회사를 포함하는 동종 또는 이종 금융기관끼리 합병하여
대형화하는 것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있는 단자사들이 지금 취급하고 있는 상품을 가지고
지금 그대로 영업하는 것을 애써 꼭 딴데로 몰아내려고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단자회사는 정부의 금융과잉 개입때문에 경직화된 우리나라 금융
시장에서 그런대로 시장원리가 다소간이라도 적용되는 활동을
벌여왔다.
이자율과 상품은 관이 만들어 주는대로 따랐으나 서비스경쟁에서는
종전에는 없던 전혀 새로운 개념의 문을 열었다.
그런가운데 81년6월에는 단기금융시장 기반을 확충하고 금리자유화의
여건을 조성한다는 명목을 걸고 정부는 신종기업어음(CP)이라는 새
상품을 단자회사가 취급하는 것을 허락하였다.
그 한해전인 80년의 우리나라 경제는 제2차 오일쇼크를 당하여
국내총생산(GDP)이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어드는 경험을 했고
기업금융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사실은 기업에 자금 물꼬를 대기 위해서 가장 민활한 시장접근을
보일수 있는 단자회사로 하여금 새 금융상품을 팔아보도록 꾀를
낸것에 불과하였다.
CP가 이른바 직접금융 상품인데 비교하여 84년 4월에는 어음관리
구좌(CMA)라는 새로운 간접금융상품을 취급하도록 하였다.
단자회사의 자금운용은 기업에 대한 어음할인형식의 자금공급이
거의 전부이다.
32개 단자회사의 총자금조달운용 잔고는 90년 5월말 현재
15조5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75년부터 시작해서 계산하면 15년동안에 53배가 늘어난 것이다.
단자회사는 보험회사등 다른 비은행 금융기관과는 달리 은행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다.
정부가 일체의 금융상품 금리를 실제로 지정해주고 있는 현실
아래서는 단자회사는 영업의 민활성에서 언제나 은행을 앞지른다.
비슷한 영업을 하면서 단자회사에 대해서는 여수신금리가 양쪽다
높다는 것도 은행에는 불만이었다.
단자회사가 가진 자체어음발행 업무와 CMA라는 은행과 경합하는
두가지 간접상품 취급을 재무부가 폐지하겠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현행법에 따른 단자회사로서 남아있겠다는 회사가 있으면 그길도
가능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물론 합전법에 따라 다른 길을 밟고자 하는 회사는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갈수 있을 것이다.
안그래도 금융시장에는 큰 풍파가 예상되고 있지 않은가.
자충수가 되는 풍파를 따로이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