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의 회생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
과 주거래은행들은 앞으로 이 그룹이 확실한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한
신규대출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거래은행들은 한보그룹의 자금사정이 최악의 상태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오는 3월 초순경 법정관리나 제3자인수 등 이 그룹의 향후
처리방안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보그룹은 지난 23일 물품대금으로 발행한
진성어음 48억원이 교환에 돌려졌으나 이중 42억원을 갚지 못해 은행의
신규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또 이날 만기가 되는 단자회사 소유 한보어음은 한보주택이 한일투자금융
10억원, 한성투금 30억원과 한보철강이 한국투금 10억원, 동해투금 20억원
등 모두 7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들 어음을 지급보증해준 조흥은행과 서울신탁은행은 아직 지급보증
기한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단자사들이 기한연장을 해주면 무리없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단자사들의 대출금회수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흥은행은 그러나 한보그룹의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하고 자금동원
능력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 그룹의 법정관리나 제3자인수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조흥은행은 이와 관련 지난 23일 은행내에 위성복영업3부장을 반장으로한
"한보주택 처리대책반"을 구성, 이 그룹의 자금 및 부동산보유실태를 계속
조사하는 한편 향후 대응책 을 마련하고 있다.
김태두조흥은행 전무는 "한보그룹어음에 대한 지급보증기한이 아직
상당기간 남아있기 때문에 오는 3월초까지는 부도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한보주택이 수서지구 주택조합측에 위약금조로 발행해준
1천억원상당의 어음중 2백억원이 서울 신탁은행에 만기도래하는 오는
3월10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보그룹에 대한 부동산실태를 조사한 결과, 은행에 담보로
추가제공할 부동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하고 따라서
한보측이 응분의 자구노력을 이행하지 않는한 신규대출을 계속 해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한보그룹의 경영을 맡고 있는 정보근부회장(정태수회장의
아들)은 지난 23일 이 회사의 진성어음이 만기가 되자 조흥은행을 방문,
담보조로 추가제공할 수 있는 부동산은 자신이 갖고 있는 시가 15-16억원
짜리 빌라주택이 전부라고 밝혀 조흥은행측을 당혹케 했다.
한보그룹은 또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은행측에 지급을 요청한
어음중 고작 42억원만을 현금으로 상환, 자금동원능력이 한계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래은행들은 이달말까지는 한보그룹의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나 다음달 초순경에는 최악의 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 그룹의 법정관리나 제3자 인수 등 대응책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