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쿠웨이트강점이 7개월여만에 후세인의 제거로 귀결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번 걸프전은 후세인의 시대착오가 초래한 억지전쟁이었다.
시대착오가 오산과 오판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이라크 국민은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패전의 늪으로 내던져졌다.
이번 전쟁과정에서 후세인은 지난 80년대 수년동안 무려 5백억달러를
전쟁준비에 쏟아 부은 것이 드러났다.
미국등 다국적군이 이번 전쟁에 퍼부은 돈보다 더 큰 규모다.
전국토를 요새화하고 중장거리 미사일체제를 갖추고 화학무기와
핵무기개발에 국가역량을 총동원했던 것이다.
이란혁명 - 회교원리주의의 확산을 저지하는 전쟁준비체제를 갖춰
왔다는 것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국내에서 강력한 독재를 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군사총동원체제와 독재정치가 맞물리면서 거기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무모한 전쟁을 되풀이 해 끝내는 국가를 파탄에 몰아
놓은 것이다.
이번 걸프전은 후세인의 규정과는 달리 냉전이후시대 세계질서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 하는 세계공통의 과제에 대한 질문이었으며
또 그 해답의 실마리이기도 한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앞으로 냉전이후시대 세계에서 이른바 지역패권의
추구는 용납될수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종래와 같은 세계적 패권이라는 개념도 설정될수
없다는 점도 분명해졌다고 봐야할 것이다.
전쟁은 이제 사실상 "전후처리" 과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전후처리는 전쟁보다 어려웠다.
벌써부터 걸프전이후 중동의 집단안보구상이 나오고 있다.
친미적인 아랍국가들과 거기 반대하는 아랍국가가 적대하는
체제가 아니라 중동전역, 아랍 - 회교문명권이 하나가 되는
집단안보구상이 바람직한 것은 물론이다.
이같은 중동의 집단안보체제는 두가지 전제를 불가피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 하나는 이스라엘 건국이래 중동의 숙제가 되고 있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공존문제다.
걸프전쟁후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유엔에서 논의하기로 이미 미국도
동의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한 것처럼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국가의 설립 - 팔레스타인생존권 인정을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용인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일부 서방언론은 전후세계가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식의
전시대적 사고방식을 공공연히 내보이고 있지만 그같은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후세인의 시대착오와 다를바가 없다.
이제 지상전이 쿠웨이트는 물론 이라크에까지 번지고 전쟁목표가
후세인 제거로 굳어지고 있는만큼 미국은 전쟁의 진정한 목표,
중동의 새로운 집단안보체제 구상을 내놓고 유엔과 중동각국의 의사를
결집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