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도하의 다국적군에 의한 완벽한 승리로 끝난 걸프전은 장차
국제정치뿐 아니라 경제질서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임을 짐작키 어렵지 않다.
미국은 이제 전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해묵은 국제경제현안의 해결을
모색하고 국제경제질서를 자신의 국익에 맞게 재편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런 노력과 관련해서 당장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과 시장개방압력이다.
미국은 걸프전후 처리문제를 대충 마무리 짓는대로, 또는 그와 병행
해서 잠시 뒷전에 밀렸던 다자간 및 쌍무적 개방협상의 재개를 요구,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유럽공동체(EC)회원국과 일본등 아직도 미국이 가볍게 다루기에는
어려운 상대인 경제강국들의 향배가 우선 주목되지만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우리나라로서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솔직히 말해서
두려움과 걱정을 감추기 어렵다.
지금 가장 큰 걱정은 행여 정부가 필요이상의 양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가 대미통상협상에서 저자세 내지 수세에 서게될 위험은 많다.
앞에서 이미 지적한대로 걸프전 결과 미국의 전반적 영향력이
고양된 사실말고도 전후복구사업참여 문제, 기름값, 국제금리와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의 협조가 긴요한
상황이다.
미국경제의 회복여하에 우리경제와 수출의 전도가 걸려있는 현실에서
미국은 또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들어 한국의 협력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몇가지 당부하고 싶은게 있다.
그것은 우선 곧 본격화될 여러갈래의 한미간 통상협상에서 정부가
의연한 자세로 임해달라는 점과 다음으로 걸프전후 문제와는 별개로
양국간 통상현안을 다뤄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전후복구나 유가문제를 결코 한국과의 통상현안타결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며 무리한 요구로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일은 삼가야할 것이다.
정부는 최근 경제장관간담회를 통해 이달말까지 GATT(관세무역일반
협정)에 제출할 120내지 130개의 제2단계 농산물개방예시품목을 비롯
미국과의 개방협상대책등을 폭넓게 논의했는데 퍽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모양이다.
개방은 단지 시간문제일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대응이 아쉽고 특히 우리 국민과 미국을 다함께
설복시킬 지혜가 요망된다.
우리의 대미무역흑자가 지난해 불과 24억달러로 전년보다 23억달러나
감소되었고 금년들어와서는 마침내 적자로 반전되고 있는 현실은 또하나
유의해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