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대통령은 14일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중동평화를 의제로 한 회담을 가진 뒤 이번회담이 "지극히 생산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하고 그러나 자신과 미테랑 대통령은 구체적인
평화안에 관한 의견차이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카리브해의 프랑스 영토인 마르티니크섬에서
미테랑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미테랑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 독자적인 구상을 제시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우리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 하나의 길,
하나의 접근방법에 머무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미국은 궁극적으로 중동 평화회담 개최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회담에서 걸프지역의 안보와 안정, 레바논문제를 논의했으며
이스라엘-아랍 문제에 관해 장시간 논의를 가졌다고 말하고 "오늘 회담은
지극히 생산적인 협의였으며 걸프전중 형성된 두 나라 관계의 정신과
일치하는 것"이었다고 말했으나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걸프전 종전 이후 처음 순방외교길에 오른 부시 대통령은 이날 새벽 첫
방문지인 캐나다를 떠나 마르티니크섬에 도착, 사탕수수 농장에서
미테랑대통령과 2시간 반동안 실무오찬을 가졌다.
한편 미테랑 대통령은 중동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중동에 평정과 균형을 구축하는 문제에 관해 생각을 기울여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중동문제에 관한 국제회의 개최와 유엔 안보리
이사국간의 분리 정상회담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해왔는데 미테랑
대통령은 이날도 팔레스타인 인들의 조국 문제와 관련, "한 민족에게 어떤
형태의 신분도 부여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종래의 제안을 되풀이했다.
양국 지도자들은 이날 회담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장의 역할과 관련, 약간의 이견을 드러냈는데 미테랑
대통령은 대표를 선정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달려 있으며 PLO는
하나의 대표기구이고 아라파트는 지금도 그 지도자임을 강조한 반면 부시
대통령은 PLO와의 공식 대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은 지난해 PLO가 이스라엘내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행위를
규탄하기 거부한데 이어 PLO와의 접촉을 중단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으나 PLO와의
대화를 재개할 의사는 없다"고 말하고 아라파트의장이 걸프전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지지한데 대한 분노를 거듭 표시하면서 "그는 지는
말에 돈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테랑 대통령이 제시한 안보리 이사국들의 분리 정상회담
개최안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는데 백악관의 한 대변인은 "쿠바와 예멘
같은 나라들이 우리에게 고함을 지르는 것은 결코 원치 않는다.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롤랑 뒤마 외무장관을 비롯한 프랑스 고위관리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줄기차게 거부해온 회담개최안을 프랑스가 더 이상
최우선안으로 삼지 않고 있음을 이미 분명히 밝혔다.
소련도 이날 제임스 베이커 미국무장관에게 이스라엘-아랍간
교착상태를 해결할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 회담개최를 고집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프랑스 소식통들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는 우리가 중동사태의 해결책
모색에 골몰하는 동안 미국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으나 부시대통령은
걸프전으로 사태를 조종할 여지를 갖게 됐으며 분명히 이를 사용할
결심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지금 상황은 역동적이며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전망이 밝은 고무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5시간동안 마르티니크 섬에 머무른 뒤 버뮤다로 가 존
메이저 영국 총리와 회담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