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5개년계획(92~96년)의 금융부문에서 겸업금융주의, 금리자유화,
외환및 자본의 자유화, 한은발권력에 의한 자금공급의 억제등을
정책으로 채택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반갑다.
이런 정책을 제안한 것은 금융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인데
종래 경제관계연구소가 하는 일은 정부가 방향을 제시해 주면 그것을
논리적으로 합리화시키고 시행방법상의 빈칸을 메우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비평도 일부 받아왔음이 사실이다.
연구소더러 정부가 하는 일에 찌그렁이나 부리는 반골이 되라는
소리는 결코 아니로되 차분히 빈칸을 메워주는 것도 그 임무가운데
들겠지만 정책이 근본적으로 지향해야 할바를 이번처럼 제시해 주는
것은 더욱 요긴한 일로 보인다.
겸업금융주의, 금리자유화, 외환및 자본자유화등은 그 자체가 선은
아니다.
뿐만아니라 거기에는 상당한 부작용과 폐단이 따라 오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 경험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세계적 조류에 맞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흙 안 묻히고 농사를 지을수는 없는것과 같은 이치다.
또 무에서 유를 짐짓 만들어 가고 있는 한국의 경제발전에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한 재할인 금융방식이 수출신장과 공업화를
위하여 상당한 기여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은자동재할인제도는 너무나 인플레적인 것이다.
이런 제도는 "자동적인플레장치" (built-in inflation)라고 볼수도
있을 것이다.
겸업금융주의는 은행업과 증권업사이에 있는 칸막이를 대폭 없앨
것이다.
금융기관 사이의 수익성 경쟁이 이로 말미암아 더 치열해지면
금융기관의 지급능력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유동성과 안전성이 높은 국공채로서 제2지불준비자산을
보유토록 하는 것도 불가피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공채를 대상으로 한은이 이른바 공개시장조작을
함으로써 주어진 목표에 맞춰 통화량 조절을 간접적 방법으로 실시하는
것도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통화정책을 마구 늘어난 통화량에 대한 사후적인 수급정도로 보는
바람에 정책은 정책대로 실효없게 되고 경제는 경제대로 흔들거리고
멍들게 되는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비단 7차계획기간이 이르기 전이라도 금융정책의 전환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여기에 한가지가 더 있다.
이런 모든 정책이 제대로 되어 나가려면 금융기업의 경영이 자율화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아직까지도 이 점에는 눈을 감고 있다.
악보와 악기만 있다고 오케스트라는 연주되지 않는다.
연주자가 있어야 한다.
금융기업의 자율성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