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이냐 경제성장이냐를 두고 최각규부총리와 김종인경제수석의
의견차이가 지난 26일 상오에 따로 열렸던 두 모임에서 드러났다고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경제문제의 가장 큰 숙제임은 사실이다.
"사랑을 따르자니 스승이 울고 스승을 따르자니 사랑이 운다"라는 신파
대사와는 선택의 어려움을 말하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리고 둘다 엔간히도 낡은 얘기의 반복이란 점에서도 똑같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이 있다.
스승과 사랑의 관계도 그렇거니와 물가안정과 성장의 관계도 반드시
상쇄관계(trade-off)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가를 뛰게 놓아둔다고 해서 성장이 잘 되는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물가가 안정된 경제가 성장도 잘된다.
논리적 선후를 찾아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가려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는 물가가 안정된다고 말해도 괜찮다.
물가만 뛰고 성장은 안되는 나라의 대표는 아르헨티나다.
물가는 안정되어 있는데 고도성장을 지속한 나라의 좋은 예는 일본이다.
그러므로 우리정부는 마땅히 물가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물가안정과 성장이 상쇄관계를 갖는 것은 매우 국소적인 면모일 뿐이다.
장기적인 경제발전이 있으려면 안정과 성장을 겸전하지 않아서는
안된다.
성장-안정 논쟁을 두고 정부안의 두 경제주역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생긴 것을 호기심을 가지고 구경하기 보다는, 혹시 이런 부질없는
논쟁이 벌어지는 사이에 우리경제에 나쁜 일만 생기고 책임질 사람은
발뺌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더 앞선다.
예를들어 말하자면 성장에 필요한 통화는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도록 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예측기관들은 올해 GNP성장률은 자연성장율인
8~8.5%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그렇게 높은 성장을 할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혹이
가지 않는 바 아니나 이것이 예견되는 성장률이라면 통화는 이
성장률에 적당한 만큼 공급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의 건설도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은 정부 기업 가계가 실력 이상으로 돈을 쓰는데서
온다.
역으로 경제주체가 부지런하고 절약하면 물가는 안정되면서 성장만
두드러지게 된다.
그렇게 하면 안정과 성장이라는 양자택일의 수수께끼는 저절로 풀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