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자살한 김기설씨의 유서 대필여부를 둘러싸고 검찰과 전민련간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씨가 지난 89년10월 성남지역 대학생
모임인 `터사랑 청년학우회 창립대회''에 참석, `한정덕''이란 가명으로
격려문을 써넣은 방명록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터사랑 청년학우회''가 21일 제시한 이 방명록을 보면 여기에 써넣은
글씨와 김씨가 분신한 이후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발견된 유서의 필체간에
흡사한 부분이 많다는 필적감정원의 1차감정이 나와 검찰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주목된다.
만일 이 방명록이 조작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고 방명록과 유서의 두
글씨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공식적인 감정작업을 거쳐 동일
필적임이 확인될 경우 "김씨의 유서가 동료인 강기훈씨에 의해
대필됐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해온 검찰측으로선 상당한 곤혹감을
느낄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노트에 작성된 이 방명록에는 `성남 민청련 교선부장 한정덕''
이란 명의로 `자주.민주.통일의 기치를 들고 솟아라 터사랑 청년학우회여.
민중해방의 함성으로 장정모씨등 16명의 이름과 격려문도 씌여 있다.
당시 성남시 학우연합회 간부로 활동했다는 김병희군(22.중대 철학과
3년)은 " 터사랑 청년 학우회 창립에 많은 지원을 했던 정덕이(기설) 형이
창립대회에 참석, 방명록에 서명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고 말했다.
한편 사설기관인 모 필적 감정원은 방명록에 씌어진 김씨의 글과
유서의 사본을 각각 대조한 결과 " 두가지 필체 모두 사본에 의해 비교된
것이어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고 전제한 뒤 " 그러나 육안과
현미경으로 감정한 결과 두글씨체의 히읗, 미음 자음 및 자음과 모음간의
구성으로 볼때 두필체가 거의 같은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