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로 국내에서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장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증권발행을 속속 추진하고 있으나
국제자금 시장의 경색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국내업체들이 발행하는
해외증권의 공급과잉현상에 따른 가격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진도, 아남산업, 코오롱, 선경,
삼성전자 등 5개 사가 이미 2억3천만달러 규모의 해외증권을 발행했고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금성사가 증권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데 이어
쌍용양회, 강원산업 등 10여개사도 연내발 행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중
해외증권발행실적은 모두 20여건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 85년12월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2천만달러 규모의 해외CB
(전환사채)를 발행한 이후 지난해말까지 국내기업들이 5년동안 발행한
실적( 13건4억8천만 달러)보다 갑절이나 되는 수준이다.
올해 해외증권발행이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실세금리가 20%를
넘어서고 증시침체로 유상증자마저 월 1천5백억원선에서 억제되는 등
국내에서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기업들이 자본시장개방을 앞둔
이미지관리와 장기저리의 자금조달을 위해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자금공급국이던 독일이 엄청난 통일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금수입국으로 돌아섰고 일본마저도 최근들어서는
해외자금조달 규모를 늘리고 있어 국제자본시장의 자금경색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걸프전 이후 복구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동지역 및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소련과 동구국가들의 자금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국제자본시장의 수급불균형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기업들이 해외증권발행이 일시에 몰릴 경우 한국업체 발행
해외증권의 공급과잉현상과 가격폭락이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