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는 노벨평화상 수상연설에서 "모든 국가들이 소련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결정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중대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레스트로이카는 분명히 소련의 국내개혁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 개념의
외연이 오늘날 국제사회의 정치 경체체제, 나아가 국제사회 존재형식의
중대한 수정과 연결되기 때문에 모든 나라의 문제이며 세계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소련이 "동구제국"을 포기하고 대대적인 군축을 주도함에 따라 종래의
세계체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더욱이 쌍둥이적자의 미국이 고르비노선을 수용해서 탈냉전의 방향을
굳혔기 때문에 이제 세계는 마치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가 "돌이킬 수
없는 최종적인 선택"인 것처럼 탈냉전-평화시대라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거부하려는 기도는 곧 혼란을 의미하고 파탄을
뜻한다는 점이 소련국내나 세계가 함께하는 인식이다.
소련현실에서 보수파가 페레스트로이카에 중요한 장애가 되고 있는
것처럼 국제사회에도 탈냉전의 이른바 세계체제의 평화전환에 선뜻
나서지 않고 전환기를 이용해서 구시대적 국가이익과 현상유지에 매달리는
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 정작 중요한 것은 이들 수구세력들의 시대착오다.
소련의 보수파들은 페레스트로이카가 낡은 중앙통제경제의 한계에서
출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구를 고집하고 있다.
일본은 80년대 10년 일본경제를 세계경제 초강대국으로 만들게 해준
세계경제의 여건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지난 10년 세계의 부가 일본으로 집중되어 사상 최장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대편에는 미국의 쌍둥이적자뿐만 아니라 후진국 일반의 기아와
난민 정치불안이 누적되고 있어서 일본은 이제 더이상 일국번영주의를
구가할수 없는데도 그것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지면 일본열도도 거기 잠길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일본은 오는 7월 선진7개국 정상회담에 고르바초프를 초청하는데
반대해 왔다.
걸프전쟁후 일시적인 군사복권분위기를 타고 탈냉전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지난 겨울의 정치위기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또 미국도 연기되었던 미소정상회담의 일정을 잡고 소련에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게 됨으로써 세계정치의 흐름은 다시 탈냉전으로 방향을
굳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