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산업이 흔들린다는 보도가 주기적으로 나돌기 시작한 것은 벌써
7,8년전부터다.
그러다가 드디어 이제는 신발산업이 침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특히 부산지역은 한국 신발산업의 중심지다.
부산으로서는 80년대초 합판산업의 침몰을 겪은 바 있다.
한국 수출산업의 초기 선수들이 이미 하나둘씩 물러나고 있음을 이로써
알수 있게 되었다.
이들 물러나는 산업의 특징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시피 대량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하는 업종이라는 점이다.
기술과 자본이 없는 대신 마음이 성실하고 손재주가 있는 노동력은 풍부한
것이 당시의 실정이었다.
이러한 노동력을 대규모 조립라인 컨베이어 앞에 앉힘으로써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였다.
신발과 같은 노동집약적 소비재를 이와 같은 규모의 경제 상품으로 만든
것은 아마도 한국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한편 이런 생산방식때문에 한국산 신발은 다양한 상품차별화전쟁에서
불리점을 맞게된 것이 사실이다.
캐주얼용 신발은 유행의 민감성때문에 각각 세분된 기호그룹으로 나뉘어
지며 한가지 모양 상품의 수명은 매우 짧다고 하겠다.
이렇게 되면 대량생산의 이점은 신발이 고급화될수록 사라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편 대량생산의 이점이 그대로 남아있는 품종에 대해서는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등이 이미 세계시장의 중심부를 장악해 버렸다고 보아도 좋게
되었다.
오히려 한국의 신발업체들이 현지업체와 여러 종류의 다양한 협력형태를
취하여 이들 나라의 신발산업을 일으켜준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이것은 피할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국내 신발업계가 할 일은 하루빨리 종전의 대량생산체제에서
고급 소량 체계로 바꿔야하며 노동집약 방식에서 노동절약 방식으로 남의
상표방식에서 내상표방식으로, 생산중심에서 시장중심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한때의 총아산업이 침몰하는 것은 신발뿐만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무릇 발전이란 것은 낡은 방식의 소멸을 반드시 동반한다.
사람이 발을 벗고 사는 시대가 오지 않는다면 신발은 팔릴 것이다.
다만 우리의 노동력 수급과 노임의 사정이 급격히 변하는 것에 맞춰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하여 생산할 것인가의 결정을 변경시켜야 한다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을 뿐이다.
환경변화 때문에 생길수 있는 제조업의 전반적 공동화를 막는 길은
이것 뿐이다.
한국경제가 이미 노동력 부족시대, 고임금시대에 들어섰음이 다시한번
세차게 실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