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으로 갈라진 한반도가 2000년에는 통일된다는 것이다.
최근 12개국에서 동시출판되어 화제가 되고있는 다니엘 버스타인의 신저
EUROQUAKE(유럽의 격진)에서 그렇게 전망한 것이다. 한반도는 독일재
통일을 교본으로 2000년에 재통일되어 새로운 동아시아의 거대한 경제세력
즉,경제대국이 될것이라고 이 책은 내다보고 있다.
또한 통일된 한반도는 일본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될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갈수 있다고 전망한다. 추격해오는 한국의
위협을 내세워 일본의 지도자들이 일본인의 근면을 다시금 독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을 재건하기위한 자본부담에 쫓기는 한국은 아직도 남아있는
일본에 대한 불신감을 버리게 되고 일본은 한국경제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예언이라는 것이 꼭 적중한다는 보장은 없다. 빗나가거나 허튼소리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다만 독일의 통일,세계적인 공산체제의 붕괴,미소의
밀월등 한반도를 갈라놓은 기본틀이 무너지는등 세계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어 우리가 국내문제로 니전투구하느라고 내다보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날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우리는 잊고 있지만 한반도의
잠재력은 언젠가 또 솟구칠수 있다는 예언을 허튼소리로 치부해서 득될
것은 없다.
다니엘 버스타인은 실제로 전에 쓴 "YEN!"이란 책에서 일본의
금융대국화와 미일 경제역전을 예고하여 오늘날에 그것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저런 전망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할 탓에 따라 우리운명이 달라질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있는 급변하는
세계속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 시도의원선거에서 우리는 내다보지 못한것을 외국언론이 예견한
"예상밖의 변화"가 일어나 우리의 선견력부족을 노출했다. 한
외국경제신문은 만성적 학생시위에 대한 중산치의 반작용으로 여당이
압승을 거둘것이라고 6월18일자로 보도했으며 20일 선거에서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북새통속에서 우리 자신들의 마음도 읽지못했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표출하고 우리 사회가 다수의 생각대로
나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시도의원선거 결과에서 읽어낸 국민의 마음이
"안정속의 개혁"이라면 이를 실현하는 일만이 앞날의 과제다. 압승한 여가
우쭐대서는 안되고 참패한 야측이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여야에 대한
지지와 반대라는 차원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투표행위가 그같은 선택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여야가 겸허한 반성으로 이를 이룩해 내면 어느쪽이든
길이 열리게 된다.
안정이 없는 불안속에서는 어떤 일도 하기 힘들다. 혼란으로 해낼수 있는
것은 혁명뿐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그것을 확고하게
거부했다.
민주화의 우여곡절속에서 우리는 너무 엄청난 혼란의 대가를 치렀다.
해마다 4,5월이 되면 화염병과 최루탄이 거리에서 난장판을 이루었다.
비상시국이 아닌 때가 오히려 드물었다. 민주화와 통일이라는 거창한
구호에 눌려 일반인들은 감히 무법을 견제하지 못했다.
시도의회의원선거결과는 이런 혼란에 대한 말없는 다수의 견제가 행동으로
나타났다는데에 의미가 깊다. 혼란의 대가를 더이상 치러선 안되고
치를수도없는 지경에 이른 것을 인식한 것이다. 혼란은 정치불안 사회불안
경제불안으로 이어져 드디어 좌절감을 증폭시키고 마침내 좌절하게 된다.
우리가 치른 혼란의 대가는 민주화의 소폭진전말고는 한때 세계가 시샘하던
한강의 기적을 한국경제의 몰락위기로 까지 몰고온 후퇴다. 물가고
제조업낙후 국제수지적자 경쟁력약화 사치성소비 부동산투기등이 모두 그런
징후이다.
사실 정치와 사회가 극도로 혼란하여 경제가 불안하게 되면 앞날을
내다보는 장기적 포석은 힘든다. 가계나 기업이나 국가 모두가 그런
것이다. 과학기술등 첨단부문에 대한 장기투자를 기피하게 되고
증권투자도 저축도 단기에만 집착하게 된다. 단기에 돈벌수 있는
부동산투자에 빠지게 되고 우선 오늘만 잘살고 보자는 사치성낭비가 판을
치게된다. 어려운 일은 기피하여 제조업이 어렵게 되고 국제수지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범죄가 극성을 부리게 되는 것도 그 하나다.
혼란으로 앞날을 내다볼수 없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도 줏대없이 이곳 저곳을 틀어막기에 허송세월하게
된다. 가계 기업 국가 모두가 목표를 잃게된다.
이런 혼란속에서 경제가 잘되리라고 바라는 것은 물없는 곳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 안정이 없으면 경제는 자랄수없으며 경제기반이
무너지면 민주화나 국민복지 통일까지도 허무하게 되는 것이다. 거리에서
아무리 돌을 던지고 불을 던지며 민주화와 통일을 외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능력을 차곡차곡 향상시키는 것만이 첩경인 것이다.
그리고 안정속에서만 그런일을 해낼수있다. 시도의회의원선거에서의
유권자들의 선택이 바로 그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바로 깨달아야 한다.
안정된 한국이야말로 통일에 이어지는 큼직한 일을 해낼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